2012년에는 권투가 유일하게 남성종목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올림픽창 /
기원전 776년부터 시작된 고대 올림픽은 남성만의 전유물이었다. 육상과 레슬링 등 올림픽 종목이라는 것이 모두 짐승을 뒤쫓고 이를 제압하는 사냥 행위에서 비롯된 것들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남자들만 선수로 뛸 수 있었다. 근대 올림픽 1회 대회인 1896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도 ‘금녀’의 원칙은 유지됐다.
그러나 1900년 런던올림픽에서 테니스와 골프에 여성 참여가 허용되면서 ‘금기’가 깨졌다. 그 뒤 배구(1964년), 조정(1976년), 사이클(1984년)에서 여성의 진입이 허용됐다. “여성은 나약하고 겁이 많다”는 편견이 사라지면서 올림픽에 존재하던 ‘금녀의 벽’도 조금씩 허물어져간 것이다.
격렬하고 체력 소모가 많은 격투기와 구기 종목 등에서 여자 선수들이 올림피안으로 당당하게 참여하게 된 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지금은 인기를 모으고 있는 여자 축구는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 때부터 정식종목이 됐다. 유도는 1992년, 역도와 수구는 2000년, 레슬링은 2004년부터다.
그러나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도 금녀의 영역은 여전히 존재한다. 권투와 야구가 그렇다. 다만, 야구는 여성만의 종목인 소프트볼이 있고 그나마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정식종목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2012년에는 권투가 유일하게 남성종목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대한권투연맹의 최희국 국장은 “국제복싱연맹에서도 이미 프로 경기가 활성화된 여자 종목의 신설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그러나 국제올림픽위원회에서 ‘메달 수가 늘어난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에 1984년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리듬체조와 수중발레는 남성이 넘보지 못하는 영역이다. 당시 여성스포츠가 처음 올림픽에 등장하자 “조화와 평등의 올림픽 정신이 발현된 결과”라는 환영의 목소리가 있었다. 그러나 남녀의 구분이 없어지고 있는 올림픽에서, 여성들만이 이 종목을 독점하라는 보장은 없을 것 같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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