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개막식 외교 ‘금빛 웃음’
6자회담국 정상 등 100여명 전례없는 베이징행
‘티베트 사태’에도 탈정치·협력 명분 외교력 과시
‘티베트 사태’에도 탈정치·협력 명분 외교력 과시
8일 열리는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는 100여 나라의 정상이 참석한다. 이렇게 많은 정상들이 한날한시 한자리에 모이는 일은 유엔에서도 전례가 없다. 티베트(시짱) 분리독립 시위가 벌어진 직후 한동안 국제사회에 불었던 개막식 불참 여론이 무색할 지경이다.
참석자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북핵 6자 회담 참가국 정상급들이 모두 베이징을 찾는다. 프랑스와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정상들도 얼굴을 내민다. 개막식 참석 여부로 적과 친구를 가리겠다는 중국의 서슬에 세계가 슬그머니 눈을 내리깐 셈이다.
후진타오 중국 주석은 이들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 등과 양자회담을 연다.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직접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중국의 외교 지형을 엿볼 수 있는 조합이다.
미국 대통령의 개막식 참석은 올림픽 사상 처음이다. 부시 대통령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미-중 관계를 위해선 내가 베이징에 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중국인들에게 그들을 존중한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담도 적지 않다. 부시 대통령은 방중 기간에 일요예배에 참석해 종교의 자유를 설파할 계획이다. 종교 탄압국이라는 낙인을 거부하는 중국으로선 껄끄러운 행보다.
후쿠다 일본 총리의 참석은 꽃피는 봄을 맞은 중-일 관계의 결실이다. 두 나라는 최근 영유권을 다투는 동중국해에서 가스전 공동 개발에 합의하는 등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후쿠다 총리는 얼마 전 “올림픽을 정치와 결부시킬 필요는 없다”며 올림픽의 정치화를 반대하는 중국의 손을 들어줬다.
중-일은 밀월을 깨지 않으려고 역사 문제까지 피해갔다. 두 나라 역사학자들로 구성된 역사공동연구위원회가 종합보고서 발표를 올림픽 뒤로 미뤘다.
중국은 지난 3월 티베트 라싸에서 벌어진 분리독립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한 이후 국제사회의 거센 항의에 시달렸다. 서방에선 반중 시위대가 성화의 봉송을 저지했다. 자국 정상의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불참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지난 5월 발발한 쓰촨성 대지진은 이런 목소리를 극적으로 잠재웠다. 지진이 중국에 동정심을 일으키는 계기로 둔갑했다. 여기에 욱일승천하는 중국의 힘이 겹쳐지면서 베이징에 정상들이 모여들게 됐다. 개막식은 중국의 첫번째 금메달인 셈이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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