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급별 종목 선수들 몸무게는 ‘고무줄’
올림픽창 /
“고교 시절부터 대회 때마다 몸무게를 빼는 게 너무 힘들다. 할 짓이 아니다.”
한국 대표단에 베이징올림픽 첫 금메달을 선사한 남자유도의 최민호는 경기를 마친 뒤 체중조절의 어려움을 이렇게 토로했다.
체중 감량은 유도, 레슬링, 권투, 역도 등 체급별 종목 선수들이 경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예비고사’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 선수의 평소 몸무게는 자신의 체급보다 보통 5~10㎏이 더 나간다. 보통 경기 열흘 전부터 체중 감량에 돌입해 경기 전날에 실시하는 계체를 통과해야 한다. 그 뒤에는 다음날 경기 시작 전까지 충분한 영양섭취로 자신의 정상 몸무게에 가깝게 몸무게를 다시 불린다. 최고의 파워를 내기 위한 일종의 ‘편법’인 셈이다. 경기를 앞두고 몸무게를 고무줄처럼 줄였다 늘였다 하는 체중 조절은 선수들에게 큰 고역이다.
이 때문에 체급을 올려 올림픽에 도전하는 선수들이 종종 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여자 유도 48㎏급에서 금메달을 땄던 북한의 유도영웅 계순희는 그 뒤 올림픽에 3차례 더 출전하면서 57㎏급으로 체급을 두 번이나 올렸다. 레슬링 자유형의 심권호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는 48㎏급에,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체급을 올린 54㎏급에서 출전해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체중 감량은 “할 짓이 아니다”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최민호도 앞으로 66㎏급으로 체급을 한 차례 올려 2012년 런던올림픽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근소한 체중 차이로 메달 색깔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 여자 역도 53kg급의 윤진희는 지난 10일 열린 경기에서 인상·용상 합계 213㎏을 들어올렸다. 나스타샤 노비카바(벨로루시)와 공동 2위의 같은 성적이었지만 은메달은 150g이 더 가벼운 윤진희에게 돌아갔다. 돼지고기 반 근도 되지 않는 무게 차이로 은메달을 놓친 노비카바는 시상대에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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