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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한반도기 흔들며 ‘파도타기 응원’

등록 2008-08-13 21:31수정 2008-08-13 23:44

코리아 응원단은 하얀 바탕에 푸른 지도를 그린 한반도 응원복과 작은 한반도기를 흔들며 90분 내내 ‘통~일~조~국’ ‘우리는 하나다’ 등을 외치고 ‘독도는 우리 땅’ ‘반갑습니다’ 등의 남북 대중가요를 불렀다. 북쪽 응원단 간부는 “‘우리는 하나다’를 듣고 남쪽에서 온 줄 알았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코리아 응원단은 하얀 바탕에 푸른 지도를 그린 한반도 응원복과 작은 한반도기를 흔들며 90분 내내 ‘통~일~조~국’ ‘우리는 하나다’ 등을 외치고 ‘독도는 우리 땅’ ‘반갑습니다’ 등의 남북 대중가요를 불렀다. 북쪽 응원단 간부는 “‘우리는 하나다’를 듣고 남쪽에서 온 줄 알았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북한 여자축구 독일전서 첫 공동응원
 남북의 응원단이 마침내 만났다.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날로부터 닷새만이다.

 양쪽의 만남은 지난 10일 인천공항을 출발해 남북의 주요 경기 응원전을 펼치고 있는 남북 공동 응원단 ‘2008 베이징 올림픽 코리아 응원단’이 12일 8강전 진출을 위해서 반드시 독일을 이겨야 하는 북쪽 여자축구 선수단을 응원하기 위해 중국 톈진 올림픽 스타디움을 찾으면서 극적으로 이뤄졌다.

 이날 코리아 응원단은 베이징에서 버스로 3시간을 달려 경기 시작 10여분 전인 오후 5시50분(한국시각)께 톈진 올림픽센터 스타디움에 도착했다. 경기장에선 먼저 도착한 북쪽 응원단은 전광판 왼쪽 가운데 1층에서 500여명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었다. 흰색 바탕에 푸른색 한반도 지도가 그려진 응원복을 입은 남쪽 응원단 400여명은 전광판 맞은편 1층에 앉자마자 한반도기를 흔들면서 “우리는 하나다” “통~일~조~국”을 내질렀다. 부채를 두 손으로 펴면서 “원 코리아 예스”라고 외친 뒤 다시 부채를 접으면서 “투 코리아 노”를 반복했다. 응원이 지루해지면 북의 <반갑습니다>와 남의 <독도는 우리 땅>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며 흥을 돋웠다. 이에 뒤질세라 붉은색 모자와 응원복을 입은 북쪽 응원단은 경기 내내 자리에서 일어나 두 개의 막대 풍선을 마주치며 “조선 잘한다” “조선 힘내라”를 외쳤다. 남과 북의 응원단 사이에 자리를 잡은 독일 응원단은 경기 내내 남북 응원단에 협공을 당해야만 했다.

올림픽 코리아응원단, 12일 여자축구 독일-북한 경기서 응원 ‘한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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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쪽 응원단은 완벽한 공동 응원을 원했다. 그래서 머리를 굴렸다. 파도타기를 통해 남북 공동 응원의 뜻을 알리기로 한 것이다. 전반 종료 1분 전. 마침내 남쪽 응원단에서 시작한 네 번째 파도가 북으로 전달됐다. 남과 북의 응원단 사이에 자리를 잡은 독일과 중국 관중도 견우와 직녀의 만남을 위해 두 손을 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쪽 응원단 이주은(31·여)씨는 “파도가 전달되는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파도로 먼저 만난 남북 응원단은 전반전이 끝나는 호각이 울리면서 실제 만남으로 이어졌다. 집단적인 만남은 아니었지만 남쪽의 응원단 일부가 북쪽 응원단으로 찾아가 사진을 찍고 한반도기를 전했다. 한 남쪽 응원단이 붉은 응원복 속에 뒤섞여 대형 한반도기를 흔들었다. 10여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남북은 그렇게 하나가 됐다.

 북한과 독일이 일진일퇴를 거듭하던 후반 25분. 남쪽 응원단 다섯 명이 대형 한반도기를 들고 경기장 스탠드를 한바퀴 돌면서 북쪽 응원단 앞쪽을 지나갔다. 그 순간 모든 관중과 경기장을 삼엄하게 지키던 중국 공안과 진행요원들의 눈은 모두 한반도기에 멈췄다.

 후반 41분. 독일의 공격수가 골을 넣는 순간 남과 북의 응원석에서 동시에 깊은 탄식이 나왔다. 이어 경기종료 호각이 울리면서 북한의 8강 탈락이 확정되자 양쪽의 일부 여성 응원단은 눈물을 글썽였다.

 남쪽 응원단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경기장을 빠져나가지 못했다. 북쪽 선수단의 인사를 기다린 것이다. 관중이 거의 빠져나갈 무렵 경기장에서 몸을 풀던 북쪽의 일부 선수들이 남쪽 응원단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에 남쪽 응원단은 “힘내라”를 외치며 북쪽 선수단을 격려했다.

 
500여명의 북 응원단은 빨간 모자와 응원복, 인공기, 막대 풍선을 들고 90분 내내 일어서서 응원을 했다. ‘조선 이겨라’ ‘조선 잘한다’를 주로 외쳤다. 김광수 기자
500여명의 북 응원단은 빨간 모자와 응원복, 인공기, 막대 풍선을 들고 90분 내내 일어서서 응원을 했다. ‘조선 이겨라’ ‘조선 잘한다’를 주로 외쳤다. 김광수 기자
북쪽 응원단의 한 임원은 기자한테 “처음에는 몰랐는데 ‘우리는 하나다’라는 소리를 듣고 남쪽 응원단임을 알아봤다. 이곳까지 와서 같은 민족을 응원하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감동했다. 여건이 허락되지 않아서 남쪽 응원단에 인사를 못 간다.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해달라”고 거듭 말했다.

 남과 북의 응원단은 경기장 밖에서 다시 만났다. 남쪽 응원단이 경기장 밖에서 꽹과리 리듬에 맞춰 뒤풀이를 하는 사이 북쪽 응원단 일부가 지나갔다. 여기저기서 “다시 만납시다”는 인사말이 쏟아졌다. 이어 남쪽 응원단이 버스를 타려고 신호등을 건너는 사이 북쪽 응원단을 태운 버스 3~4대가 기다리면서 양쪽은 2~3분 동안 10여m를 사이에 두고 서로 볼 수 있었다. 남쪽 응원단의 강인호(49·여)씨는 “북쪽 선수들이 정식으로 인사를 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 서글프다”며 “남쪽의 정부가 바뀐 뒤 남북이 더 멀어진 것 같아서 화가 난다”고 말했다.

  베이징/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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