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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자비응원, 이제 평양 능라도서 해봤으면…

등록 2008-08-14 16:24수정 2008-08-14 23:59

지난 11일 베이징 유도경기장에서 태극기를 두른 박용식씨가 코리아 응원단과 함께 북의 계순희 선수를 응원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지난 11일 베이징 유도경기장에서 태극기를 두른 박용식씨가 코리아 응원단과 함께 북의 계순희 선수를 응원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400명 남북경기 응원원정…“공동응원 못해 아쉬워”

400명 남북경기 응원원정…“공동응원 못해 아쉬워”

“다음 올림픽 때는 반드시 남과 북이 공동 응원단을 꾸려야 합니다.”

지난 10일부터 3박4일 동안 ‘2008 베이징 올림픽 코리아 응원단’ 400여명과 함께 중국 베이징 등에서 남북 주요 경기를 응원하고 14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한 박용식(45)씨는 고향인 대전으로 쉽게 발길을 떼지 못했다. 12일 북한-독일 여자축구 경기장에서 북쪽 응원단과 완벽한 공동 응원을 하지 못했던 것이 못내 아쉬웠던 것이다.

그는 이날 전반전이 끝나자 남쪽 응원단과 150여m 거리를 두고 따로 응원하고 있던 500여명의 북쪽 응원단을 찾아가 후반전이 끝날 때까지 합동 응원을 하자고 제의했으나 북쪽 응원단은 남북 관계를 의식한 듯 대답을 주지 않았다. 이날 남쪽 응원단 일부가 북쪽 응원단에 끼여 한반도기를 흔들며 북쪽 선수를 잠시 응원하기도 했지만 완전한 남북 합동 응원전은 성사되지 못했다.

가수 김흥국씨의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10일 베이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그는 애초 그날 벌어진 한국-이탈리아 남자 축구경기만 응원하고 다음날 아침 돌아갈 예정이었다.
“막상 떠나려고 하니 마음이 무거웠어요.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공동 응원단에 남아서 남북이 하나가 되는 모습을 세계인들한테 보여줘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베이징서 남북공동응원 나선 축구광 박용식씨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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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를 사랑해서 베이징까지 갔던 그는 다음날인 11일부터 코리아응원단을 24시간 이끌었다. 경기장으로 이동하는 버스에서 응원 연습을 시켰고 경기장에선 맨 앞에서 한반도기와 태극기를 번갈아 몸에 감싸 안고 연호를 외쳤다. 그의 손짓에 따라 400여명은 하나가 됐고 경기장마다 ‘대~한민국’ ‘우리는 하나다’가 우렁차게 울렸다. 연일 계속된 강행군과 부족한 수면으로 지쳐가던 공동 응원단은 목이 감겼는데도 연호를 외치는 그의 모습에 덩달아 목청을 높였다.

그는 1994년 미국 월드컵 때 최초의 국민 응원단 ‘아리랑응원단’에 참여하면서 응원과 인연을 맺었다. 그저 축구가 좋아서 시작했지만 이후 16년 동안 자비를 들여 국외에서 벌어진 국가대표 주요 축구경기를 응원하러 40여 차례나 나갔다. 아내가 통사정을 하고 때로는 으름장을 놓았지만 그의 축구 사랑을 꺾지 못했다. 태극기를 조끼로 만들어 처음 응원전에 나선 것도 그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 붉은악마와 함께 국민 응원단을 앞에서 이끌어 대회 뒤 히딩크 감독과 더불어 황금 신발을 신발제조업체로부터 선물받기도 했다.

사흘이 멀다 하고 외국으로 응원을 떠나니 사업이 잘될 리가 없었다. “사업 실패 뒤 쇠고기 전문식당을 다시 시작하면서 아내한테 주요한 경기에만 응원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축구경기만 응원하고 오겠다고 약속했는데 또 지키지 못했네요. 그래도 보람은 있어요. 이번에 남과 북의 응원단이 잠시나마 만났잖아요.”

그는 “평양 능라도 경기장에서 꼭 응원을 해 보고 싶다”며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대전으로 발길을 돌렸다.

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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