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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던지면 ‘진수성찬’ 못 던지면 ‘바가지’

등록 2008-09-18 19:20수정 2008-09-18 22:25

이재우-이영주 부부가 18일 경기도 구리시에 있는 아파트 앞 공원에서 담소를 나누며 환하게 웃고 있다. 오른쪽은 결혼전 유니폼을 입고 찍었던 기념 사진.
이재우-이영주 부부가 18일 경기도 구리시에 있는 아파트 앞 공원에서 담소를 나누며 환하게 웃고 있다. 오른쪽은 결혼전 유니폼을 입고 찍었던 기념 사진.
남편 경기결과 따라 달라지는 아내 밥상
내년 1월 2세 탄생…“아기도 운동시킬것”
36.5℃ 데이트 / 결혼 1주년 맞는 야구 이재우-배구 이영주 부부

아내는 그가 경기에서 잘 못 던지면 바가지를 긁어댄다. “그 상황에서 왜 직구를

던졌어?” 본능적으로 아내는 경기 상황을 잘 꿰뚫는다. 배구 국가대표 세터 출신이니 오죽할까. 경기 결과에 따라 반찬 가짓수도 달라진다. 전날(17일)엔 9회 에스케이에 역전을 허용해, 이날 아침은 곰국과 김치뿐이었다. 물론, 잘 던지는 날이면 진수성찬이 안 부럽다. “전반기에는 진짜 좋았는데, 요즘은 좀 안 좋네요. 평균자책이 0점대일 수 있었는데.” 아내의 얼굴에서 아쉬운 표정이 묻어난다.

두산 불펜투수 이재우와 전 흥국생명 배구선수 이영주. 같은 1980년생으로 5년 열애 끝에 지난해 10월 백년가약을 맺었고, 이제 내년 1월23일 태어날 2세를 기다리고 있다. 임신 전 장모는 꿈에서 두 마리 용을 봤고, 이영주는 황금새를 본 터. 사내아이 같아 태명을 ‘태왕’이라 지었는데, 정작 아기는 엄마를 닮았단다. “처음 임신 사실을 알고 너무 좋아서 소름이 쫙 돋았어요.”(이재우)

15년 동안 배구선수로만 살았던 이영주는 결혼 전 은퇴를 했다. “할 만큼 했다”는 생각에 미련은 없다. 아마추어 배구계에서 지도자 문의가 많이 왔지만 모두 거절했다. 지금은 그냥 평범한 아내이자, 엄마가 되고 싶다. “요즘 퀼트, 십자수를 해요. 태교를 위해서 피아노도 배울 생각이고요. 배구만 할 때는 배구 아니면 인생이 끝이다 싶었는데, 밖으로 나와보니 세상에 할 일도 많고 해보고 싶은 것도 많더라고요.” 초보 주부인 그는 남편을 위해 요리책과 인터넷을 뒤져가며 요리를 한다. 아직 찌개나 국 맛은 잘 못 내지만, 갈비찜만큼은 남편에게 인정받았다.

이재우는 2년 동안의 군대 공백기를 무색하게 하며 현재 두산 마운드의 핵심 불펜요원으로 활약 중이다. 18일 현재 11승2패 2세이브 16홀드 평균자책 1.15로, 구원투수로는 드물게 승률왕(0.846)에 올라 있다. 남들보다 야구장에 한두 시간 일찍 나와 꼬박꼬박 개인훈련을 소화한 결과다. 경기가 끝나면 피곤할 법도 하지만, 임신 초기 입덧이 심했던 아내를 위해 밤마다 30분씩 산책을 같이 해줬고 요즘에는 아내가 좋아하는 음료수를 꼬박꼬박 냉장고에 채워둔다. 이영주는 “연애 때는 운동하는 사람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는 자상한 오빠 같았는데, 지금은 절대 가족은 안 굶길 것 같은 든든한 가장이에요”라고 말한다.

보통 운동을 한 사람들은 너무 힘들어서 자식들이 같은 길을 걷는 걸 원치 않는데, 이들 부부는 다르다. “아빠 엄마를 닮았으면 하체도 튼실하고 운동신경도 좋을 것”이라며 나중에 아들이 생기면 반드시 야구선수를 시키겠단다. 첫째는 딸이지만, 초음파 사진으로 보면 손·다리는 엄청 길다고. “영주도 세터였으니까, 어깨힘이 좋아서 (나중에 남자아이가 생기면) 공이 정말 빠를 거예요. 박찬호 같은 대선수가 될지 누가 알아요.”(이재우) 한달 후면 결혼 1주년. 고대하던 복덩이는 생겼으니, 1주년 선물은 한국시리즈 우승이었으면 하는 게 이영주의 바람이다.

구리/글·사진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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