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훈(전자랜드)이 30일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전주 KCC와의 경기에서 역전승을 거둔 뒤 팬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1차전 3점슛 남발, 2차전 골밑장악
서장훈(35·인천 전자랜드)은 키 2m7로 프로농구 국내 선수 가운데 하승진(24·2m21·전주 KCC)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간판급 센터다. 하지만 골밑에서 적극적인 몸싸움을 벌이기보다는 마치 슈팅가드처럼 외곽에서 빙빙 돌며 슛을 쏘곤 한다. 그래서 ‘슈팅센터’라는 달갑지 않은 말도 듣는다. 한때 포워드 현주엽(34·창원 엘지)이 포인트가드처럼 동료선수들의 득점을 지원하는 뛰어난 도움주기 능력으로 ‘포인트포워드’라는 애칭을 가진 것과 대비된다.
서장훈은 지난 28일 케이씨씨와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3점슛이 정확한 리카르도 포웰, 김성철과 함께 팀에서 가장 많은 6개의 3점슛을 던졌다. 그러나 고작 1개만 성공시켰고, 튄공잡기도 단 3개에 그쳤다. 팀의 81-109로 대패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러나 서장훈은 30일 케이씨씨와의 2차전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자신보다 키가 14㎝나 더 큰 하승진과 맞대결을 벌여 튄공을 8개 잡아냈다. 덕분에 전자랜드는 튄공잡기에서 31-33으로 장신군단 케이씨씨와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서장훈은 또 결정적 고비 때 3점슛 2개를 터뜨렸다. 3점슛 시도는 1차전보다 2개 적은 4개였다. 득점은 1차전(13점) 보다 적은 10점이었지만 팀 공헌도는 되레 높았다.
서장훈은 경기 뒤 “승진이는 어마어마한 체격에다 몸무게도 30㎏은 더 나간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골밑에서 밀어내 멀리서 튄공을 잡게 하거나 공격 튄공을 잡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3점슛에 대해선 “포웰이 골밑을 파고들다 공을 외곽으로 빼주며 생긴 기회를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최희암 전자랜드 감독은 “장훈이는 우리 팀을 대표하는 간판 선수”라며 “욕심 안내고 몸 안사리고 수비하면서 한층 성숙한 능력을 보여줬다”며 만족해했다.
케이씨씨와 1승1패로 균형을 맞춘 전자랜드는 1일 안방 인천으로 장소를 옮겨 3차전을 치른다. 서장훈의 변신이 관전포인트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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