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대표팀 일본 완파…여자팀은 2년만에 패배
김태완의 속공은 번개처럼 빨랐다. 정의경은 9m 라인 근처에서 빨래줄같은 중거리슛을 터뜨렸다. 골키퍼 박찬용은 신들린 듯 일본 선수들의 슛을 막아냈고, 정수영은 그림같은 스카이슛으로 일본 관중들의 박수를 받았다.
최태섭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핸드볼대표팀이 6일 일본 가와사키 토도로키 아레나에서 열린 한-일 핸드볼 정기전에서 일본을 36-27로 완파했다. 이로써 한국은 1983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 아시아예선 2차전 이후 26년 동안 이어온 연승 숫자를 ‘15’로 늘렸다. 역대 전적은 24승 2무 10패가 됐다.
두 팀은 숙명의 라이벌전에 긴장한 탓인지 경기 시작 5분이 넘도록 나란히 골 침묵을 지켰다. 이후 한 골씩 주고받던 두 팀의 균형은 전반 10분께 깨졌다. 7-8로 뒤지던 한국은 폭풍이 휘몰아치듯 파상 공세를 폈다. 연속 11점을 몰아넣으며 점수를 순식간에 10점차로 벌렸고, 이것으로 사실상 승부가 갈렸다. 한국은 후반에 선수를 고루 기용하는 여유를 보였다.
윤경신(36·두산) 등 노장들이 대거 빠진 한국은 지난 1월 크로아티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강호 스페인을 꺾고 8년 만에 2라운드에 진출한 데 이어 한-일전 완승으로 성공적인 세대교체로 평가받게 됐다.
지난해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열린 1회 한-일 정기전 때 한국에 1~2점 차로 졌던 일본은 스페인리그에서 뛰고 있는 최고 인기스타 미야자키 다이스케(28)가 빠졌다고는 하지만 안방에서 한국에 참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한국 여자팀은 한국인 황경영 감독이 이끄는 일본에게 27-32, 5점 차로 졌다. 한국 여자대표팀이 일본에게 진 것은 지난 2007년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 패배(29-30) 이후 2년 만이다.
이로써 한국 여자는 일본과의 역대 전적에서 29승 1무 5패가 됐다.
16명 중 11명을 새 얼굴로 교체한 한국은 훈련 기간이 짧은 탓에 손발이 맞지 않았고, 점수차가 벌어지며 패기마저 보여주지 못한 채 완패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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