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감 속에 치러지는 여자 정구 ‘맞수’ 안성시청과 농협의 단체전 경기는 선수들의 집중도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5월초 열린 동아일보기 여자 단체전 결선 토너먼트에서 맞붙은 하얀색 유니폼의 안성시청 선수들(왼쪽부터 민유림, 윤수정)과 검은색 유니폼의 농협 선수들(김애경, 김미연) 모습. 농협이 3-1로 이겨 1년 전 뺏긴 우승기를 되찾아왔다. 대한정구협회 제공
[맞수열전] 여자 정구
안성시청 단식 막강…농협은 복식 팀워크 앞서
랠리하듯 우승 주거니 받거니…올핸 농협 우위
안성시청 단식 막강…농협은 복식 팀워크 앞서
랠리하듯 우승 주거니 받거니…올핸 농협 우위
여자 정구 실업팀 농협은 1959년 창단됐다. 나이로 치면 쉰살이 넘었다. 6~7년 전부터 농협을 끊임없이 괴롭히고 있는 팀은 1999년 말 창단돼 이제 갓 10돌을 넘긴 안성시청. 두 팀이 맞수가 된 배경에는 여자 정구의 젖줄, 안성여고가 있다. 창단 56년이 된 안성여고 정구팀은 그동안 국가대표를 많이 배출했고, 농협 입단 선수도 꽤 있었다. 지역 출신 스타를 다른 곳에 뺏길 수 없다는 동문들의 의지는 안성시청 창단으로 이어졌다. 지헌수 안성시청 감독은 “창단 때부터 안성시청의 목표는 농협이었다”고 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농협, 안성시청과 함께 대구은행이 3파전을 펼쳤다. 하지만 대구은행 전력이 점점 약화되면서 ‘전통 명문’의 농협과 ‘신흥 강팀’ 안성시청이 전체 10개 팀이 자웅을 겨루는 여자 정구를 양분하게 됐다. 지난해는 두 팀이 각각 2개 대회씩 우승·준우승을 번갈아 가며 했고, 올해는 농협이 2연승을 달리고 있다. 5월 초 열렸던 동아일보기에서는 농협이 안성시청을 3-1로 눌러, 지난해 대회 6연패 문턱에서 일격을 당했던 한을 풀었다. 장한섭 농협 감독은 “(국내 1인자였던) 김지은의 은퇴로 고전하지 않을까 했는데, 김애경, 이재은 등이 똘똘 뭉쳐 언니 몫까지 해야겠다는 의지가 강했다”고 했다.
“안성시청이 대포부대라면, 농협은 소총부대”라는 김태주 정구협회 차장의 말처럼, 두 팀의 강점은 다르다. 2006 도하 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리스트 김경련(23)과 최고 유망주 김보미(19)라는 스타플레이어가 버티는 안성시청은 단식에 강하고, 8명 선수 가운데 7명이 국가대표 1·2진을 이루는 농협은 끈끈한 단체응집력으로 최강의 복식조를 자랑한다. 장 감독은 “단식 2경기 중 한 경기를 따내면 농협에 승산이 많다. 단식 2패면 안성시청에 이기기 어렵다”고 했다. 이 때문에 경기 때마다, 유리하게 경기를 끌고 나가기 위한 감독들의 오더(출전 순서) 싸움이 치열하다.
두 팀 대결에서는 여자 정구 대표팀 1·2인자인 김경련과 김애경(21)의 자존심 싸움도 만만찮다. 김경련은 “국가대표 생활을 같이 했기 때문에 서로의 장단점을 너무 잘 알고 있다”며 “개인전보다 단체전이 더 부담이 많은데, 단체전 단식에서 이기면 개인전에서 이겼을 때보다 기쁨이 두 배는 크다”고 했다. 경기에 들어가기 전에는 서로에게 장난식으로 “네가 이길 거야”라고 말하지만, 막상 경기를 치르면 엄청난 긴장감이 감돈다고 했다.
안성시청은 최근 야간훈련량을 늘렸다. 전에는 선수들만 참가했는데, 이젠 지헌수 감독이 야간 지도에 나섰다. 지 감독은 “선수들이 최근 방심하는 면이 없지 않다. 계속 농협에 졌으니 충분한 연습으로 후반기 역습을 노릴 것”이라고 했다. 이어 “치열한 경쟁을 통해 실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맞수가 좋은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농협과 안성시청은 6월 중순 열리는 국무총리기에서 올 시즌 세번째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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