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포켓볼 세계랭킹 공동 5위 김가영(왼쪽), 세계랭킹 공동 9위 임윤미.
맞수열전 - 여자 포켓볼
세계 5위 김가영, 초교 4년에 입문
임윤미, 세살배기 키우며 세계 9위
세계 5위 김가영, 초교 4년에 입문
임윤미, 세살배기 키우며 세계 9위
공을 향해 큐를 겨누는 검은 눈동자가 반짝인다. 둘은 약속이나 한 듯 검정 유니폼을 입고 나왔다. 경기 중의 날카로운 눈매는 이야기가 시작되자 서글서글하게 변했다.
“가영이는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어요. 공을 잘 알고 대담하죠.”(임윤미)
“윤미 언니는 집중력이 참 좋아요. 제가 외국에 있는 동안 어느새 국내 무대를 평정했더라구요.”(김가영)
지난달 27일 대구 인터불고 엑스코호텔에서 열린 아시아여자나인볼선수권대회에서 만난 ‘작은 마녀’ 김가영(26)과 ‘미세스 독사’ 임윤미(27)는 서로를 칭찬하며 말문을 열었다. 둘은 평소 언니-동생하며 친하게 지내는 사이라고 했다.
임윤미가 한 살 많지만 당구는 김가영이 훨씬 선배다. 김가영은 유도와 당구선수 출신인 아버지 김용기(59)씨가 인천에서 당구장을 운영한 덕에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큐를 잡았다. 1997년 중학교 2학년 때 포켓볼 대회에 출전했고, 고등학교 졸업반이던 2001년 18살 나이에 대만 무대에 진출했다. 이어 만 스무 살이던 2003년부터는 미국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는 “당구를 일찍 시작해 구력 만큼은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다”며 웃었다.
입상 경력도 화려하다. 지난 2004년과 2006년 세계여자포켓나인볼선수권대회 2연패를 달성했고, 2006년 도하아시아경기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7년 인터내셔널 빌리어즈 챌린지 트릭샷 대회에서 ‘독거미’ 자넷 리(미국)와 ‘얼짱’ 샤넬 로레인(괌)을 잇따라 꺾고 우승컵에 입을 맞췄다. 세계랭킹 2위까지 올랐다가 현재 공동 5위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세계 정상급 선수다.
김가영이 세계 무대에서 승승장구하는 사이 임윤미는 조용히 국내 무대를 평정했다. 그는 중학교 때 언니 따라 처음 당구장에 갔다가 처음 큐를 잡아봤고, 중학교 특별활동 시간에 당구를 한 아마추어 수준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2001년 정식 선수로 등록했지만 김가영과는 프로와 아마추어 차이였다. 임윤미는 “처음 맞붙었을 때 가영이가 핸디캡을 안고 칠 정도였다”고 했다.
하지만 2005년부터 대한체육회장배 포켓9볼 여자개인전을 3연패하는 등 김가영이 없는 국내에서 적수가 없을 정도로 무섭게 성장했다. 전국체전에서는 2007년 여자 9볼 개인전 우승에 이어 지난해에는 여자 나인볼과 에이트볼, 나인볼 복식까지 3관왕을 차지했다. 국제 무대에도 이따금 얼굴을 내밀며 어느새 세계랭킹 공동 9위까지 올랐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가 세살배기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이다. 그는 “지난 3년 동안 결혼과 출산, 육아 등으로 거의 개인훈련을 하지 못한 채 시합에만 나갔다”고 했다. 훈련에 매진할 경우 여전히 잠재력이 있다는 평가다.
김가영의 스승은 아버지이고, 임윤미의 스승은 남편이다. 김가영은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혹독한 가르침 속에 당구를 배웠다”고 말했다. 임윤미의 남편은 한때 아시아랭킹 1위까지 올랐던 정영화(37) 선수다. 그는 남편의 조언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미국 무대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이장수 당구 국가대표 코치는 “가영이는 경험도 많고 힘과 테크닉이 좋다. 윤미는 침착하면서도 대담해 당구에 타고난 재능이 있다”고 칭찬했다. 그는 “윤미의 기량이 많이 발전하고 있어 가영이와 좋은 맞수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글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사진 대한당구협회 제공
여자 포켓볼 세계랭킹 공동 5위 김가영(왼쪽), 세계랭킹 공동 9위 임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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