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무 선임기자
김경무 선임기자의 스포츠 오디세이 /
강영중 대교 회장이 지난 5월 세계배드민턴연맹(BWF) 회장 재선에 성공하면서, 한국 스포츠 위상이 좀더 강화됐다고들 합니다.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 박상하 국제정구연맹(ISF) 회장 등 3명의 국제경기단체연맹 수장을 보유하게 됐다는 겁니다.
그럼, 국내를 들여다보면 어떨까요? 대한체육회 가맹 경기단체들은 과연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투명한 행정을 꾸려가고 있는지, 또 대외 경쟁력은 있는지, 총체적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합니다.
오래전 얘기지만, 1995년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를 취재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대한○○연맹 고위 간부 행태를 보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대회 심판으로까지 나선 이 간부는 전혀 영어를 못하는지 대충 ‘바디 랭귀지’로 국제연맹 관계자들과 의사소통을 하더군요. 대한민국 경기단체 수준이 이 정도인가 하고 적지 않게 놀랐습니다.
14년여 세월이 지난 21세기, 국내 경기단체들은 얼마나 진화했을까요? 얼마 전 한 경기단체에 관여했던 사람에게 그 단체 운영과 행정에 대해 물었더니, “한마디로 ×판”이라고 한숨을 쉬더군요. “해외대회에 다녀와서도 항공료만 영수증을 제시하고, 나머지 쓴 돈에 대해서는 A4 용지에 요약해 제출하고 만다. 돈을 도대체 어디에 썼는지 알 수 없다. 그런 일을 일상적으로 해왔다. 그만큼 비리가 많다.”
이 단체는 국가대표 선발전도 몇 년 전부터 없애고, 수십 년 동안 연맹을 쥐락펴락하는 실세들이 알아서 국가대표를 선발해 해외대회에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직전 국가대표 감독이 선수단 훈련예산 전용으로 문제가 됐으나, 그 감독은 올림픽 감독도 하고 연말에는 상도 받았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더군요. 내년 중국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까지 자리를 보장받았다고 합니다.
어쨌거나, 그 단체뿐 아니라 경기단체의 개혁은 더 미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초 대한배드민턴협회 회장직을 돌연 사퇴하면서 강영중 회장이 남긴 말은 그런 의미에서 되새겨 볼 만합니다. “문제가 있어도 혁신하지 않는 조직은 결국 외면당하고 말 겁니다. 좀더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협회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줘야 합니다. … 오직 배드민턴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신념으로 기득권에 도전하여 세계배드민턴연맹 개혁에는 소기의 성과를 올렸지만, 정작 대한배드민턴협회를 제대로 개혁하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함과 아쉬움이 남습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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