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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이 다른 소녀신궁 “베이징 잊고 런던으로”

등록 2009-06-11 21:33

터키 양궁월드컵 3차 대회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석권해 2관왕이 된 최연소 국가대표 곽예지가 11일 낮 태릉선수촌 양궁장에서 활 시위를 당기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A href="mailto:khan@hani.co.kr">khan@hani.co.kr</A>
터키 양궁월드컵 3차 대회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석권해 2관왕이 된 최연소 국가대표 곽예지가 11일 낮 태릉선수촌 양궁장에서 활 시위를 당기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36.5℃ 데이트] 양궁 국가대표 곽예지
올림픽행 티켓 놓치고 좌절
1년 만에 터키월드컵 2관왕
“문자 수다·노래방이 취미”

열일곱 소녀의 발그레한 뺨 위로 눈물이 흘렀다. 지난해 5월, 베이징올림픽 국가대표 최종 후보 4명에는 포함됐지만 3명을 추리는 마지막 평가전에서 4위로 밀려나 아쉽게 베이징행 티켓을 놓쳤다. 아무리 참으려고 해도 서러운 눈물이 뺨을 타고 연방 흘러내렸다.

딱 1년이 흘렀다. 소녀는 다시 활시위를 당겼다. 오는 9월 울산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대표를 뽑는 선발전이었다. 이번엔 1등이었다. 그런데 또 눈물이 흘렀다. “1등의 기쁨과, 탈락한 언니들과 태릉선수촌에서 헤어져야 한다는 아쉬움이 교차했어요.”

곽예지(17·대전체고)는 그렇게 태극마크를 다시 달았다. 그리고 지난 7일(한국시각)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린 양궁월드컵 3차 대회 개인전 결승 라운드에서 선배 윤옥희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앞서 단체전 금메달까지 대회 2관왕에 올랐다. 소녀는 이번엔 울지 않았다. 대신 “가슴이 시원해졌다”고 했다.

어머니는 두 살 때 세상을 떠났다. 아빠는 일 때문에 집을 비우는 일이 많았다. 어린 소녀는 오빠와 함께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하지만 입가엔 늘 미소가 끊이지 않은 낙천적인 아이였다.

곽예지가 활을 처음 잡은 것은 대전 태평초교 4학년 때다. 2년 뒤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초등부 3관왕에 올랐다. 특히 20m에선 전무후무한 720점 만점을 받아 주위를 놀라게 했다. 1992년 9월에 태어난 곽예지는 2007년 11월, 만 15살2개월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김수녕의 최연소 국가대표 기록(만 16살2개월)을 1년이나 단축했다.


시종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하던 중 시차가 회복되지 않아 피곤하다며 하품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A href="mailto:khan@hani.co.kr">khan@hani.co.kr</A>
시종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하던 중 시차가 회복되지 않아 피곤하다며 하품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태릉선수촌에서는 스무 살 가까이 차이가 나는 남자팀 30대 선수들을 “삼촌”이라고 불렀다. 지난해 1월 호주로 전지훈련을 떠나면서 난생 처음 비행기도 탔다. “설렘 같은 건 없었어요. 최연소 국가대표라는 것도 별로 신경쓰지 않았구요.”


피말리는 경쟁 속에 오직 올림픽 금메달만 꿈꿨다. 그런 소녀에게 베이징행 비행기를 탈 수 없었던 건 견딜 수 없는 좌절이었다. 그는 “그 땐 정말 힘들어서 양궁을 포기할까도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원인을 곰곰히 따져봤다. 그 답지않게 소심하게 활을 쐈다.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꾸었다. 자기 모습을 찾으니 성적이 올랐다. 구자청 감독이 “이런 성격은 처음 봤다”고 할 만큼 곽예지는 낙천적이고 솔직하다. 그의 별명은 ‘차원’이다. 생각이 기상천외해 ‘4차원’, 아니 ‘5차원’같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취미요? 문자랑 노래예요. 틈 나면 친구들과 문자로 수다를 떨고, 틈 나면 친구나 언니들과 노래방에 가죠.”

그는 지난 9일 오전 터키에서 귀국해 대전 집에서 하루를 지낸 뒤 10일 오후 다시 태릉선수촌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11일 다시 사대에 서서 하루 종일 활시위를 당기고 과녁과 눈을 맞췄다. “피곤하죠. 하지만 9월 세계선수권대회가 얼마 남지 않았잖아요.”

그의 꿈은 스물한 살이 되는 2012년 런던올림픽 금메달이다. 꿈을 이룬 순간 소녀에서 숙녀로 변한 그의 얼굴엔 다시 눈물이 흐를 것이다. 슬픔과 좌절을 이겨낸 기쁨과 환희의 눈물이.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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