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석달만에 2부리그 우승 이끌어
“좌절한 선수들에 희망 주는게 중요”
지난달 3일 경북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09 문화방송(MBC)배 전국대학농구대회 2부리그 결승전. 신입생과 편입생을 끌어모아 2월 말 창단한 상명대가 2부 대학 최강 초당대에게 4쿼터 뒤집기 승리를 거두고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한상호(35) 상명대 감독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서울 명지고와 한양대에서 농구를 했던 한 감독은 2002년, 2부 대학 10개 팀 가운데 유일한 2년제 대학인 경북과학대 창단 감독으로 부임해 지도자로 나섰다. 고3 선수들을 스카우트 할 때마다 “2년제 대학은 안보낸다”는 학부모들의 반대 등 어려움 속에서도 2004년 농구대잔치 2부 대학 우승 등 6년 동안 세 차례나 팀을 정상에 올려놓았다. 지도력을 인정받아 2부팀으로는 이례적으로 대학선발팀 코치로도 선임됐다.
한 감독은 지난해 4월 경북과학대 감독을 그만 두고 상명대로 옮겨 농구부 창단을 준비했다. 한 감독이 조련한 상명대 선수들은 ‘외인구단’이다. 선수 11명 중 편입생 4명은 경북과학대 시절 한 감독의 제자들이다. 이들은 졸업 뒤 갈 곳이 없어 공사판 막노동과 용접, 이삿짐센터 직원, 영화 엑스트라 등 안 해본 일이 없는 선수들이다. 임상욱, 송진우, 정정구 선수는 군에도 다녀왔다.
신입생 7명 가운데는 전년도에 대학 진학에 실패한 선수도 있었다. 대학 팀으로는 드물게 고교를 갓 졸업한 선수부터 03학번까지 많게는 일곱 살까지 차이가 난다. 한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모두 눈물 젖은 빵을 먹어봤다”고 했다. 그는 선수들에게 마음으로 다가갔다. 농구부 성적보다 선수들의 진로를 함께 고민했다. 학과 수업에 꼬박꼬박 들어가게 했고, 각종 스포츠강사 자격증 취득을 도왔다. 최근엔 선수들에게 청약통장을 하나씩 선물했다. 한 감독은 “패배의식을 갖고 있는, 좌절한 선수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며 “마음가짐을 바꾸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의 목표는 ‘하늘의 별 따기’나 다름없는 1부 대학 승격이다. 2부에서 1부로 승격한 사례는 2004년 임달식 신한은행 감독이 이끌었던 조선대가 유일하다. 오는 29일 개막하는 1차 연맹전에서 두번째 우승에 도전하는 그는 “매 경기 배우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우리 선수 모두를 ‘흙 속의 진주’로 키우겠다”며 밝게 웃었다.
글 김동훈 기자, 사진 상명대 농구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