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선수’에 놀아난 동양타이틀 방어전
김정범 6차 방어전 상대 바뀐 것으로 드러나
3년만에 또 터져…대전료 노린 사기 가능성
3년만에 또 터져…대전료 노린 사기 가능성
프로복싱 기대주 김정범(30·유명우 범진체육관·사진 왼쪽)의 동양타이틀 6차 방어전 상대였던 타이 선수가 ‘가짜 복서’로 드러났다.
동양태평양복싱연맹(OPBF)은 26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달 18일 제주에서 치른 김정범의 타이틀매치 도전자 ‘싱토통 풀라잇짐’의 실제 이름은 ‘차이야폰 찬키아오’였다”며 “따라서 이 매치는 정당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한국권투위원회(KBC)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경기 비디오테이프와 사진 등을 OPBF로 보내 진위 확인을 공식 요청하고, 일본에서의 경기 자료와 대조하는 등 자체 조사한 결과 가짜 선수로 최종 확인됐다”고 밝혔다. 권투위는 진위 확인 요청 경위에 대해 “타이틀매치 당시 도전자의 기량이 타이 챔피언이자 OPBF 8위 수준에 현저히 못 미치고, 전적표에 ‘오른손잡이’(Orthodox)라고 나온 것과는 달리 왼손잡이 선수였다는 점에서 의혹이 일었다”고 설명했다.
가짜 복서 파문은 지난 2006년 10월 제주에서 열린 세계여자프로복싱 챔피언스리그 대회에 참가해 밴텀급 이화원(25·대구 대한체육관)과 대결한 중국의 양야훠이(17)가 사실은 쉔예단(19)이라는 전혀 다른 선수였던 것으로 밝혀진 이후 3년 만에 재연됐다. 또 지난 1984년 9월에는 당시 국제복싱연맹(IBF) 플라이급 챔피언 권순천의 도전자였던 당시 랭킹 7위 알베르토 카스트로(콜롬비아)가 사정상 올 수 없게 되자, 약 2억원 가량의 대전료와 스폰서비 등을 노리고 가짜 복서 플로레스 호야킨을 내세워 경기를 치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적이 있다.
권투위는 이번에 타이 쪽에서 가짜 복서를 내세운 이유를 두 가지로 추측하고 있다. 우선 진짜 복서도 모르게 대전료 2천달러와 항공료 3장을 노린 사기 조직이 중간에 개입했을 가능성이다. 또 진짜 복서가 사정상 올 수 없어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고 고의적으로 가짜 복서를 내세웠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황현철 권투위 홍보부장은 “과거 가짜 선수 사건은 권투위가 동조 또는 묵인했지만, 이번에는 자칫 묻힐 뻔한 진실이 권투위의 적극적인 조사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강조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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