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무 선임기자
김경무선임기자의 스포츠오디세이 / ‘정몽준 회장’이라는 말이 사라진 요즘, 축구계에는 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16년 동안 축구계를 이끌어오던 ‘절대권력’이 없어지자, 이쪽 저쪽에서 개혁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잠자고 있던 현안들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양상입니다. 무엇보다, 통일교 인사 곽정환 회장이 이끌고 있는 한국프로축구연맹 사무국 쪽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프로연맹은 아시아축구연맹(AFC)의 요구라며 지난해 말부터 ‘사단법인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자면 정관을 개정해야 하는데, 이와 관련해 상급단체인 대한축구협회의 요구사항을 거의 무시하고 있어 협회 관계자들을 분노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현재 프로축구연맹의 중요한 결정사항은 축구협회 이사회의 승인을 받도록 돼 있습니다. 그래서 올 초 프로연맹은 새로 만든 정관을 협회 이사회에 냈으나, 여러가지 문제점이 드러나 반려됐습니다. 그러자 프로연맹은 협회도 모르게 지난 2월 서울 종로구청에 법인 설립신고를 냈다가 협회에 들통이 났습니다. 결국 서울시와 종로구청 쪽은 ‘상급단체와 협의 부족’을 이유로 이를 반려하고 말았습니다. 프로연맹은 또 협회는 제쳐두고 문화체육관광부 실무자와 접촉해 정관 개정을 논의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축구협회는 프로축구연맹 새 정관의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우선 ‘축구협회 산하단체’라는 내용을 아예 빼버려 협회가 관리 감독할 수 있는 명분을 없애버린 게 문제라는 것입니다. 또 그 동안 프로연맹 대의원총회와 이사회에 협회 인사가 참석할 수 있도록 돼 있었으나, 그런 내용도 사라졌습니다. 축구협회는 프로연맹이 협회로부터 완전독립체로 나가려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는 국제축구연맹의 ‘1국 1협회’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강력 반대하고 있습니다. 프로축구연맹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서는 몇 가지 추측과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축구계 내부에서는, 아시아축구연맹 사회공헌위원장으로 활약하면서 그 쪽에서 발을 넓히고 있는 곽정환 회장이 축구협회로부터 독립된 프로축구연맹을 통해 한국 축구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려 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프로연맹은 회장 임기도 2년에서 3년으로 늘렸습니다.
김경무 선임기자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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