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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야구공의 죄를 묻다

등록 2009-07-28 21:38

김양희의 맛있는 야구 /

<리쎌 웨폰>. 멜 깁슨, 대니 글로버 주연의 미국 영화다. 이 영화 제목이 새삼스레 미국 야구판에서 되새김질되고 있다. 번역하면 ‘치명적 무기’쯤 되는데, 치명적 무기로 몰린 게 다름아닌 무게 145g, 둘레 23㎝의 야구공이다.

미국 오하이오주 데이턴은 현재 한 야구 선수의 재판으로 떠들썩하다. 사건은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7월24일 마이너리그 싱글 A 미드웨스트리그 피오리아 치프스와 데이턴 드래건스가 경기 도중 빈볼 시비가 붙어 양 팀이 대치했다. 이 와중에 상대 더그아웃을 겨냥한 피오리아 투수 훌리오 카스티요의 공이 관중석으로 날아갔다. 그의 공에 맞은 이는 크리스 매카시(45). 머리에 공을 맞은 그는 가벼운 뇌진탕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후송됐다. 카스티요는 곧바로 체포됐다.

카스티요를 기소한 몽고메리 카운티 존 마셜 지방 검사의 논리는 명확하다. “작고 단단한 야구공은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는 흉기이며, 목적을 갖고 이를 누군가에게 던졌다면 상대를 해하려는 의도가 있는 중범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영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카스티요를 대변하고 있는 데니스 리버먼 변호사는 “카스티요가 공을 던졌을 때 더그아웃에는 아무도 없었으며, 누구를 맞히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맞서고 있다. 유죄가 확정되면,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22살 청년은 8년 징역형과 1만5000달러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야구공과 관련된 논쟁은 재판장 밖에서도 뜨겁다. 미국 야구장 내야에는 보통 안전그물이 설치돼 있지 않다. 관중의 시야를 가려, 보는 재미가 반감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재판을 통해 야구공이 ‘흉기’로 결론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북미 아이스하키리그(NHL)의 예를 봐도 그렇다. 엔에이치엘은 7년 전 선수가 때린 퍽에 소녀 관중이 맞아 숨지자 투명 보호막을 높이는 등 안전장치를 더욱 강화했다.

애덤 골드스타인 노스캐롤라이나대 박사 등이 2007년 발표한 자료를 보면, 1978년부터 2004년까지 야구공이나 야구 방망이 파편에 의해 사망한 미 프로야구 관중은 최소 5명 이상이다. 또, 100만명당 35.1명의 관중이 야구장에서 턱골절 등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부분 내야석에 앉아 있다가 날아든 파울공에 맞아 다쳤다.

야구공은 유죄일까, 무죄일까. 조만간 나올 카스티요의 재판 결과가 궁금하다.


김양희 기자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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