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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진출보다 큰 꿈 “한국 프로리그 생겼으면”

등록 2009-07-29 19:06

핸드볼 ‘새 에이스’ 정수영
핸드볼 ‘새 에이스’ 정수영
[36.5℃ 데이트] 핸드볼 ‘새 에이스’ 정수영
정수영(24·웰컴크레디트코로사)은 제2의 윤경신(36·두산)으로 불린다. 윤경신과 같은 왼손잡이 거포이자 한국 남자핸드볼을 이끌어 갈 에이스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4일 본사에서 그를 만나 그의 삶과 꿈을 들어봤다.

10살에 입문…고3때 태극마크
2007 세계선수권 직전 발목부상
내년 아시아대회서 금메달 목표


핸드볼 ‘새 에이스’ 정수영
핸드볼 ‘새 에이스’ 정수영
■ 환희 지난해 8월12일 베이징올림픽 남자핸드볼 한국과 유럽의 강호 덴마크의 조별리그. 30-30 동점에서 종료 13초를 남기고 한국이 마지막 공격 기회를 잡았다. 10m 넘는 거리에서 숫사자같은 갈기머리를 한 선수가 뛰어올랐다. 정수영이었다. 슛을 쏘는 순간 상대 수비가 그를 강하게 밀었다. 하지만 공은 골키퍼 손을 맞고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 선수들은 우승이라도 한 것 처럼 펄쩍펄쩍 뛰었다. 정수영은 이날 팀내 최다인 9득점을 올렸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구요. 제 손으로 강팀을 물리쳤다는 생각에 너무 흥분돼 그날 밤 한숨도 못 잤어요.”

정수영은 ‘될성 부른 떡잎’이었다. 고 3때 태극마크를 달았고, 2004년 1월, 경희대 입학도 하기 전에 핸드볼큰잔치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대학 시절엔 팀을 9차례나 정상에 올려놓았다.

■ 눈물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아는 형 따라 학교 체육관에 핸드볼 구경을 갔다. 그를 본 핸드볼 코치가 “공 한번 던져보라”고 했다. 코치는 쭉 뻗은 다리에 왼손잡이인 그가 마음에 들었다. 지금의 웰컴크레디트코로사 감독인 이재서씨였다. 어머니의 반대가 너무 심했지만 그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상급학교에 올라갈수록 훈련은 더욱 혹독해졌다. 구타도 심했다. 몇 차례나 짐을 싸들고 숙소를 뛰쳐나왔다. 그 때마다 어머니는 외아들을 부여안고 엉엉 울었다. 그도 따라 울었다.

2007년 독일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다시 국가대표에 발탁됐다. 그런데 하필 그날 훈련하다가 발목이 부러졌다. 몸 보다 마음이 더 아팠다. 숙소에서 몰래 술을 마시며 눈물을 삼켰다.



핸드볼 ‘새 에이스’ 정수영
핸드볼 ‘새 에이스’ 정수영
■ 가족 베이징올림픽 때 느닷없이 국제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낯선 목소리였다. 어릴 때 헤어진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잘했다, 장하다”는 말만 되뇌었다. 하지만 그 뒤로도 아버지를 만나진 못했다. 아버지는 그가 어렸을 때 외국에 간다며 집을 나갔다. 지금은 미국에 사는 걸로 알고 있다. 그는 “예전엔 원망도 많이 했다”고 했다.

아버지가 떠난 뒤 남매를 키우는 일은 고스란히 어머니 몫이었다. 정수영은 웰컴크레디트코로사에 입단하면서 어머니에게 목돈을 쥐어드렸다. 건강식품점을 운영하는 어머니는 몸에 좋다는 것은 모두 아들에게 해 먹인다. 정수영은 “착한 여자 만나 어머니께 효도하고 싶다”고 했다.

■ 꿈 정수영은 내년 광저우아시아경기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게 목표다. 병역 혜택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큰 대회를 앞두고 부상 당하는 징크스가 걸린다. 시즌 중인 핸드볼 슈퍼리그에서도 윤경신과 득점왕을 다투다가 다치는 바람에 현재 13골 차로 뒤져 있다. 그는 좀 유별나다. 대개 핸드볼 선수들의 꿈은 해외진출이다. 그런데 정수영은 한국이 좋단다. 그는 “우리나라에도 프로리그가 생겨서 외국에 안 나가도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뛰고 던지고 몸싸움하는 핸드볼이 그냥 좋다”는 갈기머리 청년의 꿈이다.

글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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