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 17일 오후 1시50분. 김용국 삼성 코치의 가슴은 쿵쾅쿵쾅 뛰었다. 한번 뛰기 시작한 심장은 쉬 멈추지 않았다. 오후 2시 텔레비전에서 2010 프로야구 신인 지명회의가 생중계됐다. 떨리는 가슴을 추스르고 눈과 귀를 화면에 고정했다. 하지만 4라운드까지 그가 바라는 이름은 8개 구단 스카우트로부터 불리지 않았다. 상심하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대전 방문경기를 준비해야 했다. 그의 작은아들 동빈이는 2학년(서울고) 때 전국대회 타격왕에도 올랐지만, 3학년 때는 성적이 좋지 않았다.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휴대폰 문자 메시지가 왔다. 지명회의 장소에 있던 삼성 2군 매니저였다. 묘한 기분이 들 찰나, 휴대폰 화면에 ‘동빈이 한화 6차 지명으로 뽑혔습니다’라는 글귀가 떴다. 순간 그는 북받쳐오르는 감정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됐다, 됐어!” 1년 전 이맘때, 김 코치는 상실감에 술을 들이켜고 있었다. 큰아들 동영이는 그해 신인 지명회의에서 어느 팀에도 뽑히지 못했다. 어렸을 적부터 야구만 해온 아들의 좌절 앞에 어찌할 방법이 없는 부모 심정을 누가 알까. 그렇게도 반대했건만 두 아들은 아버지의 발자취를 좇아 야구선수가 된 터였다. 협박도, 읍소도 소용없었다. 초등학교 5학년이던 동영이가 기어이 야구를 시작한 한달 뒤 4학년이던 동빈이도 꽁꽁 숨겨놨던 속마음을 털어놨다. “아빠, 저도 야구할래요.” 신인 지명에서 떨어진 뒤 동영이는 프로 입문 두 번째 문을 두드렸다. 각 구단에서 실시한 신고선수 테스트를 본 것. 다행히 삼성에서 테스트 후 신고선수로 받아줬다. 상무 입단 테스트에도 합격해 지금은 군복무를 하며 야구를 하고 있다. 김 코치는 “지명에서 떨어지고 아들이 먼저 ‘아빠, 전 괜찮아요. 아직 안 끝났어요. 어디든 가서 야구할 수 있으면 돼요’라고 말을 하더라. 그 뒤에 자기가 나서서 신고선수나 상무 테스트를 봤다”고 말했다. 2010 신인지명에 참가했던 아마추어 선수는 749명. 이들 중 76명의 부모는 김 코치처럼 웃었고, 673명의 부모는 지난해의 김 코치처럼 울었다. 하지만 이게 끝은 아니다. 벌써부터 구단 스카우트들은 괜찮은 신고선수 찾기에 나섰고, 대학을 진학하더라도 기회는 다시 있다. 김현수(두산) 등 신고선수 출신이 현재 그라운드를 펄펄 누비고 있고, 올해 선택받은 76명 중 30명은 대졸자였다. 신인 지명회의는 끝이 아니라 또다른 시작일 뿐이다.
김양희 기자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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