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원이 29일 세계유도선수권대회 남자 90㎏ 결승에서 러시아의 키릴 데니소프를 업어치기 한판으로 누르고 금메달을 딴 뒤 포효하고 있다. 로테르담/AFP 연합
랭킹 34위, 4경기 업어치기 한판…한국 금2·동3 ‘종합 2위’
이규원(20·용인대)은 준결승을 앞두고 정훈 남자대표팀 감독에게 “얼굴을 세게 때려 달라”고 했다. 언제나 2위나 3위에 머물며 우승 문턱에서 좌절되니 정신 좀 차리게 해달라는 부탁이었다. 정 감독은 “꼭 우승하라”며 얼굴을 가볍게 쓰다듬어줬다.
정 감독은 이규원의 업어치기를 믿었다. “이규원의 업어치기에 걸리면 어떤 선수라도 넘어간다”고 했다. 정 감독의 기대대로 이규원은 준결승에서 세계 11위 헤샴 메스바(이집트)를 3분50초 만에, 결승에서 세계 4위 러시아의 키릴 데니소프를 1분23초 만에 업어치기 한판으로 거푸 내동댕이쳤다.
29일 밤(한국시각) 네덜란드 로테르담 아호이체육관에서 열린 제26회 세계유도선수권대회 나흘째 남자부 90㎏급 경기. 세계선수권대회에 처음 출전한 이규원이 6경기 중 4경기를 업어치기 한판으로 이기며 한국에 깜짝 금메달을 선사했다.
세계순위 34위 이규원은 2008 가노컵 국제유도대회 은메달, 올해 헝가리월드컵 국제유도대회 동메달을 따내면서 상승세를 탔고, 결국 세계무대마저 평정했다. 이규원은 “매번 2, 3위만 했는데 세계대회에서 우승해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앞서 지난 28일 밤 남자 81㎏급에서 동메달을 딴 김재범(24·한국마사회)은 갈비뼈가 부러진 상태에서 투혼을 발휘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김재범은 8강전에서 업어치기 공격을 시도하다 몬테네그로 선수의 무릎에 맞아 왼쪽 갈비뼈가 부러져 준결승에서 시아르헤이 슌지카우(벨라루스)에게 허벅다리걸기 한판으로 졌다.
김재범은 약물검사 때문에 진통제도 맞지 못한 채 동메달 결정전에 나서 안토니오 차노(이탈리아)를 팔가로누워꺾기 한판으로 물리쳤다. 하지만 김재범은 경기가 끝난 뒤 한동안 경기장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아쉬움에 울부짖었고, 정훈 감독을 껴안고는 굵은 눈물을 흘렸다. 시상대에서도 눈물은 그칠 줄 몰랐다. 김재범은 “온 힘을 다했는데 부상 때문에 금메달을 따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한국은 금 2개, 동 3개로 종합 2위를 차지했다. 금메달 3개를 따냈던 2003년 일본 오사카 대회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이다. 일본은 금3, 은1, 동1개로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금메달 셋은 모두 여자부에서 땄고, 일본 남자는 1965년 체급이 분리된 제4회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처음으로 노 골드에 그쳤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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