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오픈테니스대회 우승
킴 클레이스터르스(26·벨기에)가 코트로 들어서자, 18개월 된 금발의 곱슬머리 딸 제이다는 힘차게 박수를 쳤다. 하지만 얼굴에는 ‘엄마가 저곳에서 뭐하고 있지’하는 표정이었다. 두 시간이 채 흐르지 않아, 모녀는 관중 2만3000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코트 위에 함께 서 있었다. 우승 트로피를 주전자로 착각했는지 자꾸만 뚜껑을 열려고 하는 제이다를 바라보며 클레이스터르스는 연신 함박웃음을 지었다.
14일(한국시각) 미국 뉴욕 빌리 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유에스(US)오픈 테니스대회 여자단식 결승전. 클레이스터르스는 혈기왕성한 카롤리네 보스니아키(19·덴마크·세계 8위)와 맞붙었다. 1세트 초반은 보스니아키가 4-2까지 앞서며 주도권을 잡았다. 하지만 클레이스터르스의 반격이 시작됐다. 힘찬 포핸드샷을 앞세워 연이어 게임을 따내더니 1세트를 7-5로 마무리짓고, 2세트도 여유롭게 6-3으로 이겼다. 2005년 유에스오픈 이후 4년 만의 메이저대회 우승. 4년 사이에 미국프로농구 선수 브라이언 린치와 결혼을 하고 딸까지 낳았지만 실력 만은 그대로였다. ‘엄마 선수’가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것은 1980년 윔블던에서 우승한 이본 굴라공(호주) 이후 29년 만이다.
클레이스터르스는 “예전 같으면 비너스, 서리나 윌리엄스 등의 대선수들을 꺾으면 약간 들떠서 다음 경기에 집중을 잘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엄마가 된 뒤에 나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감정 조절도 할 수 있게 됐다”고 우승 비결을 밝혔다.
한편 15일 열리는 남자단식 결승에서는 로저 페더러(스위스·세계 1위)와 마틴 델 포트로(아르헨티나·6위)가 맞붙는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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