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핸드볼계 변화
핸드볼 전용경기장·세계대회 유치
슈퍼리그 열기…전성시대 열리나
슈퍼리그 열기…전성시대 열리나
#1 6월 초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국제핸드볼연맹 정기총회. 2010 세계여자주니어선수권대회를 유치하려는 한국 유치단의 손길이 바빴다. 대한핸드볼협회와 에스케이(SK) 관계자들로 구성된 4명의 유치단은 홍보 동영상과 티셔츠를 태극문양 핸드볼이 그려진 쇼핑백에 밤새 정성껏 담고 아침 일찍 대의원들 자리에 놓았다. 각국의 대의원들은 “원더풀”을 외쳤고, 한국은 체코를 압도적인 표차로 제치고 개최지로 선정됐다. 1990년 세계여자핸드볼선수권대회 이후 처음으로 세계대회를 유치했다.
#2올 들어 에스케이 관계자와 국민체육진흥공단 실무자는 핸드볼 전용경기장 터를 놓고 줄다리기를 계속했다.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안에는 마땅한 터가 없었기 때문. 누군가 “핸드볼 경기가 없을 땐 펜싱, 배드민턴, 탁구 등 다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펜싱경기장을 리모델링하면 어떻겠느냐”는 아이디어를 냈다. 마침내 8월24일 최태원 대한핸드볼협회 회장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주훈 국민체육공단 이사장과 ‘핸드볼 경기장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핸드볼계의 20년 숙원이 해결된 것이다.
핸드볼 계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지난해 말, 최태원 에스케이그룹 회장이 협회장직을 맡은 뒤 일어난 변화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20년 넘게 표류하던 전용경기장 문제가 해결됐고, 20년 만에 세계대회도 유치했다. 1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하는 핸드볼발전재단이 설립됐고, 세미프로 형식의 슈퍼리그도 출범했다.
‘한데볼’은 옛말이 됐다. 이젠 다른 비인기 종목의 시샘 섞인 부러움을 사고 있다. 2월 핸드볼큰잔치 개막전에는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 사상 최다인 6000여 명의 관중이 몰렸다. 텅 빈 관중석에 익숙한 선수들은 “핸드볼에 이런 날도 오는구나!”라며 감탄했다. 25억원의 기금으로 핸드볼발전재단이 설립됐고, 매년 10억원씩 출연해 꿈나무 육성부터 은퇴선수 지원까지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사업이 실행에 옮겨졌다. 상전벽해다.
5개월에 걸친 핸드볼 슈퍼리그는 프로화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해외파 스타급 선수들이 속속 돌아오고 외국선수를 기용하면서 관심을 모았다. 경기 수가 많아지면서 벤치 멤버 활용 폭도 넓어졌다. 여기에 국제대회 유치 등으로 유럽과 중동세가 주도하고 있는 세계 핸드볼계에서도 한국 핸드볼 파워가 커지고 있다.
정형균 대한핸드볼협회 상임부회장은 “협회장 취임 후 하나둘씩 추진하던 공약들이 대부분 결실을 보게 되면서 중흥의 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안정 궤도 진입까지는 갈 길이 멀다. 클럽활동을 위한 인프라스트럭처 확대, 유소년 육성을 통한 저변 확대, 생활스포츠화 등 과제가 많기 때문이다. 핸드볼 계에 잠재된 파벌 다툼이 수면 위로 떠오를 경우 다 된 밥에 재를 뿌릴 수도 있다. 유동화 전 대한핸드볼협회 상임부회장은 “핸드볼인들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너나없이 힘을 모아야 하며, 협회도 요직 기용에 탕평책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하지만 안정 궤도 진입까지는 갈 길이 멀다. 클럽활동을 위한 인프라스트럭처 확대, 유소년 육성을 통한 저변 확대, 생활스포츠화 등 과제가 많기 때문이다. 핸드볼 계에 잠재된 파벌 다툼이 수면 위로 떠오를 경우 다 된 밥에 재를 뿌릴 수도 있다. 유동화 전 대한핸드볼협회 상임부회장은 “핸드볼인들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너나없이 힘을 모아야 하며, 협회도 요직 기용에 탕평책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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