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무 선임기자
김경무 선임기자의 스포츠오디세이 / 독일 함부르크대학교에 다니는 박한울이라는 재독동포가 최근 <한겨레> 스포츠부에서 기자 체험을 했습니다. “스포츠 기자가 되고 싶다”는 열망으로, 부모님 조국 땅에 와서 허정무호의 A매치와 K리그 등 경기 현장을 두루 둘러봤습니다. 그런데 이 학생 “국가대표 경기 때와 달리, 프로축구 경기장은 왜 이렇게 비어 있냐”고 의아해하더군요. 그래서 “아직 한국에는 클럽축구 문화가 형성돼 있지 않다. 축구 말고도 주말에 즐길 게 많다. 프로야구 인기가 더 좋다…”는 등 이유를 대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그럼 요즘 독일 분데스리가는 어떠냐고 물었더니, 여러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전해줬습니다. 무엇보다 2008~2009 시즌 경기당 평균관중이 4만2521명이라는 얘기를 듣고 적지 않게 놀랐습니다. 18개 팀이 팀당 34경기씩 모두 306경기를 치렀는데, 총관중은 1301만1578명이나 된다더군요. 스페인 등 유럽 3대 빅리그보다 많은 수랍니다. 1963년 16개 팀으로 시작한 분데스리가는 최근까지 유럽 3대 빅리그에 밀려 지구촌 축구팬들로부터도 다소 멀어진 느낌이었는데, 아주 내실 있게 운영돼 다시 전국민적 사랑을 받는 최고 인기스포츠가 된 모양입니다. 분데스리가는 1·2부 업다운제로 운영되는데, 성적에 따라 1부 17·18위 팀이 강등되고, 2부 1·2위 팀이 올라간다고 하네요. 그리고 1부 16위와 2부 3위가 플레이오프를 벌여 1부 한 자리를 다툰다고 하니 참 흥미롭습니다. 독일축구협회(Deutscher Fussball-Bund)는 2만6천개의 클럽과 650만명의 회원을 거느린 세계 최대 협회라는 사실도 전해들었습니다. 분데스리가는 독일축구리그(Deutsche Fussball Liga)에서 관장합니다. 독일에서 프로축구가 다시 크게 인기를 회복한 것은, 2002년과 2006년 월드컵, 그리고 유로 2008에서 국가대표팀이 선전한 것도 주요한 원인이라고 합니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미하엘 발라크(첼시)만 빼고 국가대표들이 모두 분데스리가에서 뛴다는 사실입니다. 국외리그로 나가지 않는 것은, 언어 장벽과 가족과 함께하려는 것 때문이라나요. 게다가 국내 무대에서 뛰어야 국가대표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위기의 한국 K리그, 분데스리가 한번 벤치마킹해볼 만하지 않은가요?
김경무 선임기자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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