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무 선임기자
김경무 선임기자의 스포츠 오디세이 /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외국인 1호가 누군지 아십니까? 우크라이나 출신 아나톨리 비쇼베츠입니다. 1994년 7월 취임해 올림픽대표팀과 국가대표팀을 넘나들며 그해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96년 애틀랜타올림픽 때 지휘봉을 잡았습니다. 그러나 비쇼베츠는 그다지 인상적인 용병술과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떠났습니다. 당시 축구 담당 기자였는데, 비쇼베츠는 동유럽 출신답게 기술이 좋은 작은 선수보다는 1m80이 넘는 키 큰 선수들 위주로 팀을 꾸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늘 무뚝뚝한 표정에, 언론에 비협조적인 태도로 한때 축구 기자들과 불화를 빚기도 했습니다. 비쇼베츠의 ‘실패’ 이후, 한국 축구는 다시 ‘국내파 감독 시대’로 회귀합니다. 박종환, 허정무, 정병탁, 고재욱, 차범근 …. 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대회 4강 신화를 이룬 박종환 감독만 빼고, 스타플레이어 출신들이 잇따라 지휘봉을 잡았습니다. 그러나 98년 프랑스월드컵 때의 차범근, 2000년 시드니올림픽과 그해 아시안컵의 허정무 등 국내파 감독들은 계속 신통한 성적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2002 한-일 월드컵 때의 거스 히딩크 감독 등 다시 외국인 감독 체제가 된 것이지요. 요즘 K리그에선 세르지오 파리아스(포항 스틸러스), 셰놀 귀네슈(FC서울) 등 외국인 감독들이 득세하고 있습니다. 워낙 용병술이 뛰어나 ‘파리아스 매직’이라는 별명까지 붙은 파리아스 감독. 그는 2014년 조국인 브라질에서 열리는 월드컵에 한국대표팀 사령탑을 이끌고 참여하고 싶다는 뜻까지 간접적으로 내비쳐 국내파들을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허정무·홍명보 감독의 잇단 성공으로 국가대표 감독의 국내파 시대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입니다. 17살 이하 대표팀도 이광종 감독이 지휘하고 있는데, 대표팀은 24일 나이지리아에서 개막되는 17살 이하 월드컵에서 또 하나의 신화를 만들기 위해 19일 장도에 오릅니다. 허정무·홍명보 감독은 ‘스타플레이어 출신은 감독으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축구계 속설을 뒤집듯 잘 해내고 있습니다. 두 감독의 성공 요인은 여러가지로 분석되고 있지만, 업그레이드된 선수들 기량에 감독의 선수 친화적인 ‘소통의 리더십’이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스타플레이어 출신 두 국내파 감독의 분투로 내년 남아공월드컵과 2012년 런던올림픽에 큰 기대를 걸게 됩니다. 김경무 선임기자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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