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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이 떠났다…온몸이 울었다

등록 2009-10-20 18:55수정 2009-10-20 19:01

김동훈 기자가 지난달 30일 서울 태릉선수촌 양궁장에서 이은경 코치에게서 고무줄로 기초자세를 배운 뒤(왼쪽 사진) 선수용 활을 당기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김동훈 기자가 지난달 30일 서울 태릉선수촌 양궁장에서 이은경 코치에게서 고무줄로 기초자세를 배운 뒤(왼쪽 사진) 선수용 활을 당기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나도 해볼까] 양궁
두팔 후들 허리 욱신…과녁 맞힐때 짜릿




“왼손은 밀고, 오른손은 당기고, 그렇죠. 밀고 당기고, 밀고 당기고 …. 슈팅은 자연스럽게 ….”

양궁 국가대표팀 이은경 코치의 설명이 잇따랐다. 하지만 두 팔은 후들후들 떨렸다. 오른손 검지와 중지 첫 마디 사이에 걸린 화살을 살며시 놓았다. 안전을 위해 과녁은 7~8m 앞으로 바짝 당겨놓았다. 화살은 순식간에 과녁에 가서 꽂혔다. 짜릿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공릉동 태릉선수촌 양궁장. 이은경 코치의 지도로 양궁을 해봤다. 국궁은 20년 전께 행주산성에 놀러갔다가 딱 한 번 쏴봤지만 양궁은 난생처음이다.

■ 활 대신 고무줄부터 국가대표 이창환 선수의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양궁장으로 나갔다. 가을 햇살이 유난히 따사로웠다. 하지만 한가로움을 즐길 여유가 없었다. 심호흡부터 크게 했다.

이 코치의 지도가 시작됐다. “스탠스는 어깨너비보다 약간 넓게 벌리구요, 시선은 차렷자세에서 왼쪽 어깨 쪽으로 자연스럽게 90도 돌립니다. 그리고 왼쪽 어깨부터 골반까지는 일직선이 돼야 합니다.”

활 대신 고무줄부터 잡았다. 고무줄을 왼손 엄지와 검지 손가락 사이에 끼고, 오른손 검지·중지·약지 세 손가락의 첫 마디로 잡아당겼다. 이어 왼손 그립과 오른 손가락에 현을 거는 동작(후킹)을 교정했다. 왼손 엄지 손바닥 부위로 고무줄을 민 상태에서 왼손 손등이 보이도록 안쪽으로 45도쯤 살짝 비틀었다. 고무줄을 잡아당기는 오른손은 검지·중지·약지 세 손가락을 ㄱ자 모양으로 살짝 구부렸다. 오른손을 턱 아래에 잠시 고정시켰다가 손가락을 쭉 펴며 고무줄을 놓았다. 그렇게 슈팅 훈련을 반복했다.

■ 왼 팔뚝 멍들지 않으려고 이 코치는 “초보자는 왼 팔꿈치를 약간 구부려야 한다. 화살이 지나가면서 왼 팔뚝에 시퍼렇게 멍이 들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자세히 보니 이 코치의 왼 팔뚝에도 선수 시절 생긴 작은 상처가 있었다. 하지만 왼 팔꿈치 굽히는 것을 자꾸 잊었다. 이 코치는 “한번 멍들고 나면 아파서 자연히 굽어진다”며 웃음 지었다.


고무줄 반복 훈련을 마치고 활을 쥐었다. 초보자용 가벼운 활이었다. 하지만 화살은 없었다. 활만 쥔 채 다시 반복 훈련을 했다. 머릿속으로 자세를 하나하나 점검했다. ‘스탠스→고개→어깨→손등→팔꿈치→턱선 ….’

■ 마침내 화살을 쥐다 이 코치가 마침내 화살을 건네줬다. 암가드와 핑거텍 등 보호장비도 갖췄다. 왼팔꿈치 굽히는 것은 어느 정도 교정됐다. 그런데 이번엔 고개가 자꾸 뒤로 젖혀졌다. 고개가 괜찮으면 이번엔 오른손등이 나도 모르게 굽어졌다. 얼굴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초보자용 활로 화살을 쏘면 쏠수록 자신감도 쌓여갔다.

이 코치가 이번엔 자신이 쓰던 선수용 활을 건넸다. 올림픽에 출전할 때 가져갔던 활이라고 했다. 무게부터 달랐다. 젊은 선수들이 사용하는 것보다 조금 가벼운 38파운드짜리 활이었다. 그런데도 활이 잘 당겨지지도 않았다. 이 코치는 “대개 남자 선수들은 44파운드, 여자 선수들은 42파운드 안팎을 사용한다”며 “40파운드면 헬스장에서 18㎏을 잡아당기는 무게와 같다”고 설명했다.

■ 양궁을 해보려면 이 코치한테서 2시간가량 지도를 받은 뒤 비로소 “자세가 좀 잡혔다”는 칭찬을 들었다. 다음날 아침, 팔과 어깨, 허리 등 온몸이 쑤시고 아팠다. 서거원 대한양궁협회 전무이사는 “양궁은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운동이며, 특히 여성들은 괄약근운동으로 요실금 치료 등에도 효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양궁은 인천 계양구청 양궁훈련장과 경북 예천 진호양궁장, 울산 문수양궁장 등에서 해볼 수 있다. 일반인을 위해 무료로 개방하고 있고, 초보자를 위한 강습도 연다. 계양구청 양궁훈련장은 회원이 70여명에 이른다. 전국 370개 활터는 국궁장이 대부분이지만, 서울 사직공원 활터 등 국궁과 양궁을 모두 할 수 있는 곳도 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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