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핸드볼 맞수 한국체대와 경희대 핵심 선수들이 지난 8월29일 가을철 대학연맹전 맞대결을 앞두고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용민호(한국체대), 김동철(경희대), 심재복(한국체대), 박편규(경희대), 김상우(한국체대), 이은호(경희대).
[맞수열전] 핸드볼|경희대·한국체대
“심판 보기 정말 싫습니다.” 박도헌 심판은 경기에 앞서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대학 핸드볼 맞수 경희대와 한국체대 경기의 심판을 맡았기 때문. 지난 8월29일 강원도 홍천체육관에서 열린 가을철 대학핸드볼대회에서다. 이날 경기 전부터 두 팀 벤치는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김만호 경희대 감독은 “라이벌 대결이라 서로 마음놓을 수 없는 경기”라고 했다. 김현철 한국체대 감독도 “경희대는 전통의 라이벌이라 선수들에게 더욱 집중하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대학 핸드볼 양대산맥
쟁쟁한 감독·선수 배출 14-14, 15-15 …. 경기는 전후반 내내 시소를 탔다. 그러나 경희대는 후반 막판 연거푸 실책을 저지르며 무너졌다. 24-19로 승리한 한국체대 선수들은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펄쩍펄쩍 뛰며 기뻐했다.
올해 첫 대결에서는 더욱 극적인 경기가 펼쳐졌다. 4월2일 경기도 성남 상무체육관에서 열린 연맹회장기 대학핸드볼대회 결승. 26-26 동점에서 경기 종료 3분 전 한국체대 강보근이 골을 넣어 27-26이 됐다. 남은 3분 동안 두 팀은 육탄전에 가까운 몸싸움을 벌이며 상대 슛을 막았다. 결국 한국체대의 1골 차 승리. 경희대 선수들은 분을 삭이지 못하며 한동안 코트를 떠나지 못했다. 올해는 한국체대가 두 번 모두 이겼지만, 그 전까진 경희대가 한국체대에 6연승을 거뒀다. 최근 10차례 맞대결에선 경희대가 7승3패로 앞섰다. 역사는 경희대가 더 길다. 1950년대에 창단했다가 해체된 뒤 1982년 재창단했다. 한국체대는 개교와 함께 1984년 남녀 핸드볼팀을 만들면서 두 팀의 라이벌 구도가 생겼다. 당시엔 경희대가 거의 모든 대회를 휩쓸었다. 그러다 1986년 한국체대에게 처음 우승을 빼앗겼다. 당시 경희대 4학년이었던 박영대(45) 전 코로사 감독은 “방심하다가 딱 한 번 졌다”고 했다. 당시 한국체대 신입생이던 최석재(43) 남자대표팀 골키퍼 코치는 “경희대 독주를 막으려고 무던히도 애썼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너무 뜨거운 라이벌전
심판도 고개 절래절래 이런 라이벌 의식은 최근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한국체대 4학년인 국가대표 심재복은 “가장 부담스런 상대가 경희대”라며 “3학년 때까지 딱 한 번 이겼는데, 올해 두 번 모두 이겨 기쁘다”고 말했다. 1990년대에는 정기전도 가졌다. 이른바 ‘한-경전’으로 불리며 두 차례 열렸는데, 97년에는 한국체대가, 99년에는 경희대가 사이좋게 1승씩 나눠가졌다. 역대 우승 횟수는 경희대 40차례, 한국체대 21차례로 경희대가 두 배 가까이 많다. 두 학교가 배출한 ‘인물’도 많다. 경희대에는 88 서울올림픽 때 여자핸드볼 사령탑으로 금메달을 딴 고병훈(63) 전 감독을 비롯해 김태훈(45) 전 남자대표팀 감독, 첫 해외파 선수인 강재원(44) <한국방송> 해설위원, 이계청(41) 삼척시청 감독, ‘월드스타’ 윤경신(36·두산), 국가대표 에이스 정수영(24·코로사) 등이 있다. 한국체대에는 88 올림픽 남자핸드볼 은메달의 주역 김재환(44)을 비롯해 조영신(42) 현 남자대표팀 감독, 백상서(41) 여자대표팀 코치, 역대 최고령선수 조치효(40·인천도시개발공사), 일본에서 활약중인 백원철(32·다이도스틸) 등이 있다. 정형균 대한핸드볼협회 상임부회장은 “두 학교의 맞수 대결이 한국 남자핸드볼 발전을 이끄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글·사진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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