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무 선임기자
김경무 선임기자의 스포츠오디세이 / 2005년 초인가, 테니스 담당 기자를 할 때입니다. 한 실업팀 ㅈ 감독이 기자들을 불러놓고 이형택 뒤를 이을 기대주 둘이 나타났다며 극찬을 하더군요. “몇 년 안에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이다. 기대해 달라!” 김선용과 전웅선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이후 몇 년이 지나도록 이 선수들 기사를 쓸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왜일까, 궁금증이 커져 갔지만 시원한 답이 나오지 않았고, ‘엄청난 체력과 파워를 요구하는 테니스에서 세계 벽은 역시 높은가 보다’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탁구, 수영, 배드민턴 등 여러 종목을 담당하면서 요즘도 의아하게 생각하는 게 한 가지 있습니다. ‘다른 종목들은 대부분 올림픽이나 세계챔피언을 배출하는데, 왜 테니스는 유독 세계무대로 못 뻗어나가는 것일까? 동호인들도 많고 선수도 적지 않은데 ….’ 주부 다테 기미코(일본)가 불혹의 나이로 최근 한솔코리아오픈에서 한투호바, 키릴렌코 등 세계적 강호를 물리치고 여자단식 우승을 차지하는 것을 보며 더욱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지난 26일 발표된 세계랭킹을 보니, 김선용은 829위, 전웅선은 476위더군요. 국내 남자 중 최고 순위인 임규태가 163위. 사정은 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때 세계주니어무대에서 반짝하던 전미라, 그리고 조윤정 이후론 기대주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일선 감독들이 그런다는군요. “구청이나 시청 팀에서 먹고살 만하니까, 대부분 선수들이 현실에 안주하고 국내 대회에 만족하고 있다.” 이제 만 33살로, 다음주 춘천 벼룩시장배 챌린저대회를 끝으로 은퇴하는 이형택이 “정신력과 체력을 바탕으로 운동하면 좋은 선수가 나올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그는 평소 “선수들이 승부 근성이 없다”고 아쉬워했다고 합니다. 호주오픈, 프랑스오픈, 윔블던, 유에스(US)오픈 등 4대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이 돌풍을 일으키며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는 날은 언제쯤일까요. 골프에서 ‘황제’ 타이거 우즈를 무너뜨리고 피지에이(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양용은처럼 말이죠. 양용은이 젊은 시절 샷을 단련하던 제주 오라컨트리클럽 관계자는 그러더군요. “용은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쉬지 않고 연습 지독히 했어. 손이 부르트도록. 그때 얼굴 잘생긴 비슷한 또래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여자에게 인기가 좋아 연습을 잘 안 했지? 그 친구는 결국 성공 못하고 아직도 티칭프로하고 있어….”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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