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훈 기자
김동훈 기자의 슬램덩크 / 쌍둥이 농구 선수 조상현(33·창원 엘지)과 조동현(33·케이티)의 어머니 신영숙(60)씨는 요즘 마음이 흡족하다. 두 아들이 속한 팀이 나란히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오랜만에 서울 역삼동에 사는 어머니를 찾아간 동생 동현은 “두 팀 다 성적이 좋으니까 어머니가 좋아하시더라. 그래도 대인관계 잘 하라는 등 잔소리는 여전하시다”며 웃음 지었다. 5분 터울인 쌍둥이는 1986년 서대전초등학교 4학년 때 농구공을 처음 만졌다. 배구 선수 출신인 어머니가 “힘들다”며 운동을 반대했지만, 둘은 허재(동현)와 조성원(상현)을 롤모델로 삼아 미래를 꿈꿨다. 둘은 대전중·고등학교, 연세대를 거치며 늘 함께 붙어다녔다. 하지만 초등학교 때 키가 10㎝나 더 컸던 상현은 동현을 늘 앞질렀다. 상현은 3점 슈터로 이름을 날렸지만, 동현은 수비와 튄공잡기 등 궂은일을 도맡았다. 동현이 프로에 진출할 때 “형과 다른 팀에 갔으면 좋겠다”고 했을 정도다. 둘은 어느덧 프로 11년차로 나란히 팀 내 두 번째 고참이 됐다. 상현은 국내 최고령 선수 이창수(40) 다음이고, 동현도 한 살 위인 신기성(34)만이 팀 내 유일한 선배다. 둘 다 결혼도 했고, 동현은 지난 6월 아들까지 얻었다. 어느덧 ‘노장’이 된 둘의 올 시즌 각오는 남다르다. 지난해 발목과 무릎을 다쳐 고생한 동현은 몸무게를 10㎏이나 뺐다. 부동의 3점 슈터인 상현도 후배들에게 밀리지 않으려고 더욱 노력하고 있다. 10월의 마지막 날, 둘은 오랜만에 만났다. 지난 8월 어머니 환갑 때 보고 처음이다. 추석 때도 서로 일정이 엇갈려 동현은 추석 전날, 상현은 추석날 어머니 댁을 다녀갔다. 오랜만에 만났지만 경기를 앞둔 터라 얘기도 제대로 나누지 못했다. 동현은 1·2쿼터에, 상현은 4쿼터에 출장해 맞대결도 없었다. 그래도 형제는 기자와 한 통화에서 서로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동현은 “형이 경기를 많이 못 뛰어 속상하다. 힘내라”고 했고, 상현은 “동현이가 다치지 말고 선수 생활 오래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둘은 은퇴하기 전에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같은 팀에서 우승반지를 끼는 것이다. 2년 뒤 나란히 자유계약선수(FA)가 되기 때문에 가능성도 있다. 그 전에 소속 팀이 다른 올해는 나란히 챔프전에 진출하는 꿈을 키우고 있다. 쌍둥이의 챔프전 맞대결. 상상만 해도 즐겁다.
김동훈 기자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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