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무 선임기자
김경무 선임기자의 스포츠 오디세이 / “1900년 대한제국 함경남도 덕원만 원산항. 한반도에 골프가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100년 가까이 골프는 ‘그들만의 스포츠’였다. 그로부터 98년 후인 1998년 7월7일. 박세리의 유에스여자오픈 우승으로, 골프는 ‘그들’에게만 아닌 ‘모두’에게 희망을 울리게 됐다. 이어 2002년 최경주의 피지에이(PGA) 투어 첫 우승 등 계속되는 승전보. 골프는 그들만의 스포츠에서 국민을 하나로 묶는 스포츠가 됐다. 골프강국 코리아가 됐다. 그리고 바람이 태풍이 됐다. 아시아인 최초의 메이저대회 우승. 한국 골프는 세계 중심에 섰다. 100년간 초대받지 못했던 지구촌 축제. 마침내 골프가 지난 121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다시 올림픽 종목 무대에 서게 됐다. 이제 올림픽은 우리의 무대가 된다.” 지난 3일 저녁 서울 한 호텔에서 열린 ‘골프인의 밤’에서 상영된 내용입니다. 100년이 넘는 한국골프사를 일거에 돌아보니 참 우리 선수들 대단하더군요. 이번 행사는 ‘112년 만의 골프 올림픽 종목 채택’과 ‘한국 골프 세계제패’를 축하하는 자리였기에 좀 특별했습니다. 윤세영 대한골프협회 회장은, 메이저 5승을 포함한 박세리의 엘피지에이(LPGA) 투어 24승, 최경주의 피지에이 투어 7승, 양용은의 피지에이 챔피언십 우승은 축구(한-일 월드컵 4강)나 야구(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의 선전에 견줘 전혀 손색이 없다며 대단히 자부하더군요. 실제 그렇습니다. 올해 특히 남녀 모두 아시아-태평양 아마추어 국가대항전을 석권했고, 유에스 아마추어 챔피언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엘피지에이에서는 오지영 등 ‘박세리 키즈’들까지 가세해 시즌 10승을 합작해냈죠. 지난 일요일에는 최나연·서보미·전미정이 세계 3대 투어인 미국·유럽·일본 여자프로골프 투어를 같은 날 석권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월요일 중국 선전에서 끝난 제1회 아시아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는 한창원 등 한국 선수들이 1~3위를 휩쓸었습니다. 한껏 고무된 골프계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학수고대하고 있습니다. 반드시 금메달을 따내겠다는 겁니다. 이날 전 여자양궁 스타 김수녕은 영상메시지를 통해 “골프는 멘탈스포츠라는 점에서 양궁과 비슷하다. 올림픽에서 우리 골퍼들이 금메달을 땄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어느새 골프 강국으로 부상한 한국, 7년 뒤 올림픽에서 과연 일을 낼까요? 김경무 선임기자kkm100@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