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열린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와 인천 전자랜드의 경기에서 박종천이 골밑슛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 KBL 제공
프로농구 적응실패 딛고 모비스 새 슈터 떠올라
링거 맞아가며 훈련…전자랜드전 16점 맹활약
링거 맞아가며 훈련…전자랜드전 16점 맹활약
농구계에서 ‘박종천’ 하면 전자랜드 감독을 떠올린다. 그러나 또다른 박종천이 이름을 알리고 있다. 울산 모비스의 새로운 슈터로 떠오른 박종천(30·1m92)이다.
박종천은 2003년 프로에 입단할 때만 해도 유망주였다. 그는 경희대 재학 시절 40%가 넘는 3점슛과 60%를 웃도는 2점슛 성공률로 프로팀들의 주목을 받았고, 당시 슈터 부재에 시달리던 서울 삼성에 전체 3순위로 입단했다.
그러나 박종천이 채 자리를 잡기도 전에 이규섭과 강혁이 군에서 제대해 돌아왔다. 군에 다녀온 뒤 기회를 엿봤지만 김동욱·차재영 등이 가세하면서 삼성은 ‘슈터 왕국’으로 변해 있었다. 설 자리를 잃은 그는 방황했다. 그는 “삼성에서 대학 때 뛰던 스타일에 젖어 적응에 실패했다”며 아쉬워했다.
박종천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지난 6월 모비스로 트레이드됐다.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비시즌 때 많은 땀을 흘렸다. “훈련하다 쓰러져 링거를 두 번이나 맞았다. 링거 맞고 훈련해 보긴 처음”이라고 할 정도로 입에서 단내 나는 훈련을 거듭했다.
박종천의 진가가 드디어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나타났다. 4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09~2010 케이씨씨(KCC) 프로농구. 박종천은 전자랜드를 맞아 1쿼터에서만 3점슛 2개를 포함해 10점을 쏟아부었다. 팀의 일방적인 리드로 득점이 분산됐지만 30분을 뛰면서 3점슛 3개를 포함해 팀내 최다인 16득점을 올렸다. 모비스는 박종천의 깜짝 활약으로 전자랜드를 93-70, 23점 차의 올 시즌 최다 점수 차로 꺾었다.
공교롭게도 박종천은 자신과 이름이 같은 박종천 전자랜드 감독을 7연패 늪에 빠뜨리는 데 앞장섰다. 모비스 홍보팀 이도현 대리는 박종천에 대해 “비시즌 연습경기 때는 붙박이 주전이었고 20점씩 넣었다. 어제 경기가 평균 득점일 뿐”이라고 귀띔했다.
박종천도 “오랜만에 정식경기를 뛰다 보니 그동안 적응하지 못했다. 이제 자신감이 생겼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뛰겠다”며 다부진 각오를 나타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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