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점수 없이 개인 3세트·단체 4세트…“한국 견제 의도도”
양궁 경기가 배구나 탁구처럼 세트제로 치러진다. 이에 따라 세계 최강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대한양궁협회는 내년 4월1일부터 국제양궁연맹(FITA)이 주관하는 모든 국제대회에서 세트제를 도입한다고 12일 밝혔다. 지난 9월 울산에서 열린 제48회 국제양궁연맹 총회 결정에 따른 것이다.
■ 달라지는 경기방식 세트제는 누적점수가 아니라 세트 득실로 승부를 가린다.기존 개인전에서는 128강~16강까지는 1대1로 맞서 12발을 쏴 득점순으로 승부를 가렸다. 하지만 세트제는 세트당 6발씩 3세트(18발)로 경기가 진행된다.2세트를 먼저 따내면 경기가 끝난다. 또 8강~결승까지 3발씩 4엔드에 걸쳐 12발의 화살을 쏘던 것도 세트당 3발씩 최대 5세트(15발)를 치르는 것으로 바뀐다. 단체전의 경우 기존 3명이 엔드당 2발씩 4엔드로 경기를 펼쳐 모두 24발의 누적점수로 승부를 가렸지만, 세트제에서는 한 선수가 세트당 한 발씩 쏴 4세트(12발)를 치른다. 세트에서 이기면 2점, 비기면 1점, 지면 0점을 받는다.
■ 한국 득실은? 개정된 규정은 한국에 유리한 점과 불리한 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우선 개인전 128강~16강전 화살수가 12발에서 18발로 늘어난 점은 유리하다. 이변이 일어날 확률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의 가장 확실한 금메달 종목인 단체전 화살수가 절반으로 줄어든 점은 반갑지 않다. 실수를 만회할 기회가 적어졌기 때문이다. 장영술 양궁협회 기술이사는 “양궁에 대한 흥미를 높이기 위해서는 규정 개정이 불가피하다”면서도 “한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국제양궁연맹은 베이징올림픽을 앞둔 2008년 초, 개인전과 단체전 모두 화살수를 줄였다. 규정을 바꾼지 불과 2년 만에 다시 세트제라는 획기적인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서거원 대한양궁협회 전무이사는 “내년 11월 광저우아시아경기대회와 2012년 런던올림픽에 대비해 선수들이 세트제에 발빠르게 적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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