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훈 기자
김동훈 기자의 슬램덩크 / #1. 70-70 동점에서 삼성생명 킴벌리 로벌슨이 단독으로 치고 나갔다. 순간 신한은행 김단비가 파울로 끊었다. 고의 반칙으로 자유투 2개가 주어져야 하는 상황이다. 남은 시간은 불과 3초. 삼성생명이 승리하는 듯했다. 그러나 심판은 평범한 파울로 판정했다. 신한은행이 팀파울에 걸리지 않았기 때문에 삼성생명은 사이드라인에서 공격권만 가져갔다. 이호근 감독이 강하게 항의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2. 신한은행이 72-70으로 앞선 1차 연장 초반, 삼성생명 로벌슨이 신한은행 진영에서 드리블하다 넘어져 왼 발목을 다쳤다. 그런데 심판은 옆에 있던 신한은행 이연화의 파울을 선언했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이 느린 화면으로 확인해보니 로벌슨은 스텝을 잘못 밟아 스스로 넘어졌고, 이연화는 로벌슨과 접촉조차 없었다. 임달식 감독은 항의도 못한 채 ‘벙어리 냉가슴’을 앓았다. 로벌슨을 잘 막던 이연화는 1차 연장 5분 동안 파울 3개를 지적당해 5반칙 퇴장당했다. 앞선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이른바 ‘보상 판정’ 의혹이 일었다. 지난 12일 열린 여자프로농구 경기에서 벌어진 일이다. 코앞에서 잇단 오심을 목격한 기자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여자프로농구는 이번 시즌 들어 유난히 판정 시비가 잦다. 심판 휘슬은 앞서는 팀, 강팀일수록 가혹하고, 뒤지는 팀이나 약팀엔 관대하다. 이번 시즌 32경기 가운데 70% 가까운 21경기가 10점 이내에서 승부가 났다. 20점 이상 벌어진 경기는 하나도 없다. 전력이 평준화된 것도 아니다. 이제 팀당 10~11경기를 치렀는데 1위 삼성생명과 6위 우리은행은 8경기 차나 난다. 보상 판정이 난무하다 보니 6개 구단 감독 모두 불만이다. 김원길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총재는 기회 있을 때마다 “재미있는 농구”를 강조한다. 하지만 경기가 언제나 박빙이다 보니, 주전들만 죽어난다. 팀당 40경기나 치르지만 벤치 멤버들은 여간해선 뛸 기회가 없다. 지난달 24일 신한은행의 24연승 기록이 최하위 우리은행에 저지당했다. 이 경기에서 우리은행은 무려 39개의 자유투를 얻었다. 반면 신한은행의 자유투는 불과 9개. 우리은행은 자유투로만 33점을 올렸다. 덕분에 우리은행은 4연패에서 벗어났다. 남자프로농구에서는 전자랜드가 13연패를 당하고 있다. 여자농구 같았으면 벌써 연패가 끊어졌을 것이란 말이 나온다. 심판의 잘못된 휘슬은 여름내 지옥훈련을 감내한 선수들의 땀을 모욕하는 것이다. 김동훈 기자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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