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 집행위원에 출마한 장향숙 대한장애인체육회 회장(왼쪽)이 잠비아(가운데) 및 몽골(오른쪽) 대표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장향숙 대한장애인체육회장, IPC 집행위원 출마…내일 저녁 결정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오렌지 군단’이 떴다.
축구에서 ‘오렌지 군단’은 네덜란드 국가대표팀의 별명이다. 하지만 쿠알라룸푸르의 오렌지 군단은 2009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 정기총회에 참가한 한국 대표단이다. 이들은 4년 임기의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 집행위원에 출마한 장향숙 대한장애인체육회장 겸 대한장애인올림픽위원장의 당선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대표단은 모두 11명인데,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대한장애인올림픽위원회(KPC) 위원들이다. 이영희 연세대 재활의학과 교수, 김돈규 중앙대 재활의학과 교수, 배하석 이화여대 재활의학과 교수, 전용관 연세대 스포츠레저학과 교수 등 4명이 그들이다. 또 한 부류는 대한장애인체육회 직원들이다. 국제협력부 이홍재 부장, 박종현 과장, 신원상 대리, 비서실 이수향 비서관 등이다. 또 장애인올림픽에 5번이나 참가해 금메달 5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 등 무려 9개의 메달을 따낸 사격 김임연 선수도 합류했다. 김 선수는 아시아장애인올림픽위원회(APC) 선수 회장으로 국제적으로 넓은 인맥을 바탕으로 장 회장의 당선을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장 회장과 기자단 대표로 참가한 필자까리 모두 11명이다.
총회는 지난 19일 개막해 나흘간 콸라룸푸르 컨벤션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결전의 날은 22일. 한국시각으로 저녁 7시께 당락이 드러난다.
이번 총회에서는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 위원장과 부위원장 각 1명과 집행위원 10명을 선출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자격을 주는 위원장에는 3선에 도전하는 필립 크레이븐(영국) 현 위원장이 단독 출마했고, 1명을 선출하는 부위원장에는 역시 3선을 노리는 미겔 사르라(스페인) 현 부위원장 등 5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장향숙 회장의 출마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집행위원에는 23명이 출마해 2.3대1의 경쟁율을 뚫어야 한다.
유권자는 140여명. 각 회원국 장애인올림픽위원회 위원장과 5개 대륙별 위원장과 각 종목별 및 장애유형별 국제기구 대표 등이다. 세계 162개 회원국 가운데 120여개국 대표, 그리고 5개 대륙별 위원장과 각 종목별 및 장애유형별 국제기구 대표 20여명이 모두 140여명이 투표권을 행사한다. 한국 대표단이 ‘오렌지 군단’이 된 이유는 오렌지색 티셔츠 때문. 대표단은 오렌지색과 하늘색 등 두 가지 색깔의 티셔츠를 제작해 가지고 왔다. 그런데 첫날부터 오렌지색 티셔츠를 입었는데, 눈에 잘 띄어 다른 나라 참가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장향숙 회장은 여성과 장애인이라는 소외계층을 대변한 인권운동 경력과 불과 2년 전까지 국회의원을 지낸 이력을 유권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또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저개발 국가의 장애인스포츠 지원을 가장 큰 공약으로 내걸고, 이들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투표방식은 특이하다. 유권자 1명당 23명의 후보 가운데 10명을 찍도록 했다. 순서대로 1위부터 10위까지 당선되는 게 아니라 10위 안에 든 후보 가운데 득표율 50%를 넘긴 후보가 우선 당선된다. 그리고 나머지 후보를 상대로 다시 투표를 하고 순차적으로 50%를 넘긴 후보 10명을 뽑게 된다. 장 회장은 이미 3년 전부터 집행위원 선거를 준비했고,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이후 본격적으로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준비된 후보’인 만큼 당선 가능성은 높다. 그러나 한국을 비롯해 이란, 아랍에미리트,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에서 8명이나 출마한 게 마음에 걸린다. 23명의 후보 가운데 3분의 1이 넘는 숫자다. 아시아 표가 분산될 수밖에 없다. 또 아프리카의 표심은 끌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유럽 유권자들의 지지는 덜 받고 있다. 그럼에도 당선 가능성은 충분하다. 장 회장이 우려하는 것은 이탈 표다. 장 회장은 “한국은 자기가 찍지 않아도 당연히 당선될 것으로 여기고 다른 후보를 찍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중적인 표 단속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장 회장이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 집행위원에 당선될 경우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우선 선출직으로는 사상 처음 집행위원에 당선된다는 점이다.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는 88서울장애인올림픽을 계기로 이듬해인 1989년 창립됐다. 그 전에는 장애 부문별로 시각장애인올림픽위원회, 뇌성마비장애인올림픽위원회, 지적장애인올림픽위원회, 절단 및 기타장애인올림픽위원회 등 4개 조직이 따로 따로 있었다. 이들은 1960년부터 치른 장애인 올림픽도 같은 시기에 치렀지만 4개 위원회별로 장소는 모두 달랐다. 그러던 것을 88서울올림픽을 계기로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가 발족하면서 올림픽 개최 장소에서 여름과 겨울올림픽 직후 장애인올림픽을 치르고 있다.
한국 집행위원은 조일묵 88서울장애인올림픽조직위 사무총장이 장애인올림픽위원회가 처음 만들어진 1989년 당연직 위원장으로 임명돼 4년간 활동한 적이 있다. 따라서 장 회장이 당선된다면 선출직으로는 한국인 첫 집행위원이 되는 것이다.
두 번째 의미는 한국 장애인스포츠 외교가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춘다는 점이다. 한국은 역대 장애인올림픽에서 비장인 못지않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그러나 외교력은 너무나 빈약하다. 이런 점에서 장애인스포츠계에서 국제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집행위원은 한국장애인스포츠계의 절실한 과제다. 한국대표단이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열심히 뛰고 있는 이유다.
당락은 한국시각으로 22일 저녁 7시께 결정된다. ‘오렌지 군단’의 승전보를 전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쿠알라룸푸르/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한국 대표단이 선거운동 도중 잠시 짬을 내 전략회의를 하고 있다. 한국 대표단이 입은 오렌지색 티셔츠 때문에 ‘오렌지 군단’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유권자는 140여명. 각 회원국 장애인올림픽위원회 위원장과 5개 대륙별 위원장과 각 종목별 및 장애유형별 국제기구 대표 등이다. 세계 162개 회원국 가운데 120여개국 대표, 그리고 5개 대륙별 위원장과 각 종목별 및 장애유형별 국제기구 대표 20여명이 모두 140여명이 투표권을 행사한다. 한국 대표단이 ‘오렌지 군단’이 된 이유는 오렌지색 티셔츠 때문. 대표단은 오렌지색과 하늘색 등 두 가지 색깔의 티셔츠를 제작해 가지고 왔다. 그런데 첫날부터 오렌지색 티셔츠를 입었는데, 눈에 잘 띄어 다른 나라 참가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장향숙 회장은 여성과 장애인이라는 소외계층을 대변한 인권운동 경력과 불과 2년 전까지 국회의원을 지낸 이력을 유권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또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저개발 국가의 장애인스포츠 지원을 가장 큰 공약으로 내걸고, 이들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2009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 정기총회가 열리고 있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컨벤션센터에는 각국 대표단이 위원장과 부위원장 각 1명, 그리고 집행위원 10명을 뽑는 선거 때문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20일 밤 선거운동을 마친 한국 대표단 가운데 일부가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장향숙 회장, 이수향 수행비서관, 이영희 연세대 교수, 이홍재 부장, 김임연 선수, 배하석 이화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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