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아(32·대한항공·사진 아래)와 박미영(28·삼성생명)
[우리는 단짝] 여자탁구 김경아-박미영
‘환상의 수비’ 국제대회 석권
언니 리드하고 동생이 결정타
‘환상의 수비’ 국제대회 석권
언니 리드하고 동생이 결정타
한국 여자탁구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수비전형으로 빛을 발한 선수는 얼마 되지 않는다. 1970년대 정현숙(현 한국여성회 회장), 90년대 홍순화 정도를 거론할 만하다. 정현숙은 1973년 사라예보세계탁구선수권대회 때 이에리사(현 용인대 교수)와 호흡을 맞춰 사상 첫 여자단체전 금메달 쾌거를 이뤄냈던 주인공이다.
파워 넘치는 셰이크핸드형과 펜홀더형 공격수들이 득실대는 탁구판에서, 수비전형 선수들은 힘겨운 생존경쟁을 벌여야 한다. 그러나 요즘 각종 오픈대회에서 ‘수비탁구’의 진수를 보여주며 속속 우승을 일궈내는 이들이 바로 현재 여자탁구대표팀 쌍두마차인 김경아(32·대한항공·사진 아래)와 박미영(28·삼성생명)이다.
둘의 올해 국제탁구연맹(ITTF) 오픈대회 여자복식 경기 성적은 매우 좋은 편이다. 영국오픈과 코리아오픈 두 차례 우승,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 2위, 중국오픈과 폴란드오픈 3위 ….
같은 수비전형으로서 둘이 이처럼 환상의 호흡을 이루며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이유는 뭘까? “국제대회 경험이 많은 언니가 상대에 따라 작전을 잘 짜요. 수비수로서 움직이는 공식도 언니가 많이 알려줬어요.”(박미영) “미영이가 제 말 잘 듣고, 공격도 잘하니까 그렇죠.”(김경아)
이들을 오래 지도해온 현정화 여자대표팀 감독은 “둘 다 노장인 편인데 경기능력과 체력은 오히려 과거보다 더 좋다. 소속팀이 달라 같이 연습할 시간도 적은데 한 해 두 개의 오픈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을 보면 환상의 단짝인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최영일 삼성생명 감독은 “경아의 수비가 안정적이고, 미영이가 공격적인 게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경아가 언니로서 리드를 잘하고 미영이가 잘 따라가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둘은 나란히 국제무대에서 보기 드문 수비전형이지만, 스타일이 좀 다르다. 김경아는 끈질지게 상대의 공격을 ‘커트’로 막아내며 상대 범실을 유도해 승리를 낚는 스타일. 구질이 무겁고 변화가 심해 받아내기 까다롭다. 박미영은 커트로 대응하다가도 기회만 오면 가차없이 드라이브 공격을 가하는 공격형. 체력이 특히 뛰어나며, 순발력도 좋아 순간적으로 볼을 받아내는 능력이 단연 발군이다.
4년 터울인 둘은 5년 전부터 여자복식 짝을 이루며 그동안 금·은·동메달을 숱하게 일궈냈다. 2007년 스웨덴오픈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고, 그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값진 동메달을 얻어냈다. 이듬해 브라질오픈에서 다시 우승했고, 2위와 3위 성적은 굉장히 많다.
둘이 단식에서 맞붙으면 어떻게 될까. “2005~2006년엔 제가 계속 졌어요. 미영이가 공격을 잘 하니까 못 이기겠더라고요. 그런데 요즘은 5 대 5입니다.”(김경아) “언니가 너무 잘 받으니까, 너무 갑갑해요.”(박미영) 현정화 감독이 냉정한 판단을 내렸다. “박미영이 유리한 5 대 5입니다.”
김경아는 2004 아테네올림픽 여자단식 동메달리스트다. 수비전형이 올림픽 단식종목에서 메달을 딴 것은 세계적으로 그가 처음일 정도로 당시 업적은 높이 평가받았다. 오픈대회 우승 경력도 5차례나 된다. 김경아-박미영의 당면 목표는 내년 광저우아시안게임 여자복식 금메달이다. “태릉선수촌 필승관에 가면 탁구 금메달리스트들의 얼굴이 쫙~ 걸려 있어요. 그것만 보면 참 아쉬워요. 저희 얼굴도 내년에 꼭 거기에 걸리게 해야죠.” 글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김경아는 2004 아테네올림픽 여자단식 동메달리스트다. 수비전형이 올림픽 단식종목에서 메달을 딴 것은 세계적으로 그가 처음일 정도로 당시 업적은 높이 평가받았다. 오픈대회 우승 경력도 5차례나 된다. 김경아-박미영의 당면 목표는 내년 광저우아시안게임 여자복식 금메달이다. “태릉선수촌 필승관에 가면 탁구 금메달리스트들의 얼굴이 쫙~ 걸려 있어요. 그것만 보면 참 아쉬워요. 저희 얼굴도 내년에 꼭 거기에 걸리게 해야죠.” 글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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