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무 선임기자의 스포츠오디세이 / 한국 스포츠에서 유독 여성들이 강한 종목이 적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세계 무대 정상급을 달려온 양궁과 핸드볼이 대표적이지 않나 싶네요. 1998년 박세리의 화려한 등장 이후 골프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기업의 선수 및 대회 후원, 인기 등 측면에서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최근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새 집행부와 기자들의 간담회가 있었는데, 투어 대회의 급격한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더군요. 협회 남자회원이 5000여명이 된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는데, 협회는 경기인 출신이 맡아온 전무를 올해까지 15년 동안 투어 선수로 뛰어온 황성하 프로로 바꾸고, 운영국·사무국·사업국 등 세 국으로 조직을 개편해 위기를 돌파해 나가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사실 남자프로골프는, 지난 5년 동안 에스비에스(SBS)가 매년 10개 대회를 후원하면서 큰 발전을 이뤄냈습니다. 대회마다 3억원씩 매년 30억원을 에스비에스가 지원한 것입니다. 그런데 ‘에스비에스 코리안투어’도 올해 계약이 만료됐다네요. 그래서 재계약 협상이 진행중인데, 에스비에스가 내년 대회를 축소하기로 해 협회가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코리안투어를 포함해 모두 20개가 치러진 남자대회는 올해는 스폰서 감소로 16개로 축소됐는데, 자칫 내년에 더 줄지나 않을까 걱정들이 큰 모양입니다. 그러나 박삼구 협회 회장 최측근인 성기욱 부회장은 “20개 정도는 가능하다”며 걱정 놓으라고 하더군요. 참고로 여자는 지난해 26개에서 올해 19개 대회로 줄어들었는데 그래도 남자보다는 좀 많습니다. 협회 관계자들은 여자에 견줘 남자대회 스폰서가 적은 이유로 대형 스타 부재를 꼽더군요. 여자는 신지애, 서희경 등 다승 스타들이 자주 나오는데, 남자는 20~40대까지 두터운 선수층 때문에 올해처럼 고작 2승을 거둔 선수가 최고라는 겁니다. 주요 선수들이 일본 투어로 빠져나간 것과 스폰서들의 여자대회 선호현상도 이유로 지적됩니다. 기업들이 대회 스폰서를 하는 주된 이유가 고객(VIP)들의 프로골퍼와의 라운딩 기회, 곧 프로암대회인데, 여자 쪽을 더 선호한다는 겁니다. 최경주, 양용은 등 세계적 스타들을 배출한 남자골프는 확실히 기로에 서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협회는 한-일 투어 개최 추진 등 돌파구 마련에 나서고 있습니다. 박삼구 회장은 회사 일에 발목이 잡혀 전면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당장은 새 집행부의 분투를 기대해볼 수밖에 없나 봅니다. 김경무 선임기자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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