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한국시각) 네덜란드 림뷔르흐 길린체육관에서 열린 2009 국제클럽핸드볼대회 3·4위전에서 선수로 뛴 강재원 감독이 경기 뒤 현지 언론사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국제클럽대회 한·일연합팀 강재원 감독 ‘깜짝 활약’
강재원 한·일 연합팀 감독은 경기 전 포레치 클럽팀(크로아티아) 감독에게 이렇게 말했다. “제가 이 경기에서 잠깐 선수로 뛸 것입니다.”
‘그 나이에 선수로 뛰겠다니 ….’ 상대팀 감독은 이런 생각을 하는 듯 큰 웃음으로 화답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굳어져 갔다.
30일(한국시각) 네덜란드 림뷔르흐 길린체육관에서 열린 2009 국제클럽핸드볼대회 3·4위전.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만 45살의 감독이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들어서자 큰 관심을 보였다. 강 감독에 대해선 관중들도 익히 알고 있는 듯했다. 그는 88 서울올림픽 은메달의 주역으로, 이듬해 한국핸드볼 국외파 1호로 스위스리그에 진출해 무려 14년 동안 활약했다. 스위스에서는 한때 ‘대통령 이름은 몰라도 강재원은 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그는 또 이번 대회 기간 중 88 서울올림픽 결승전 상대였던 옛 소련 출신 알렉산드르 리마노프 감독(네덜란드 보스 인베스트먼트·라이언스)과의 사령탑 맞대결로 큰 화제를 모았다. 29일치 일간 <더 림뷔르흐>는 두 감독이 포옹하는 사진과 함께 두 감독의 사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강 감독은 이날 무려 30분 넘게 코트를 누볐다. 0-2로 뒤지던 전반 초반 멋진 언더슛으로 한·일 연합팀의 첫 득점을 올렸고, 이어 상대 파울을 유도해 이준희의 7m 던지기로 두 번째 득점도 도왔다. 또 기막힌 패스로 고경수의 스카이슛과 이준희의 노마크슛에 잇따라 도움을 줬다.
강 감독은 이날 4골 8도움주기로 팀의 32-31, 극적인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는 31-31 동점에서 종료 8초 전 이준희의 7m 던지기로 극적으로 갈렸다. 경기가 끝나자 관중들은 한때 유럽 최고의 스타였던 강 감독을 향해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어 현지 언론의 인터뷰가 쇄도했다. 강 감독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내일 아침에 못 일어날 것 같다”면서도 흐뭇한 미소를 머금었다.
림뷔르흐/글·사진 김동훈 기자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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