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무 선임기자
김경무 선임기자의 스포츠오디세이 /
만날 때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신지애(22·미래에셋)는 참 ‘당차고 거침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쇄도하는 인터뷰에도 전혀 귀찮아 하지 않는 것은 기본. 어떤 질문에도 자신의 생각을 명쾌하게 밝히는 그를 보면서, 역시 세계 최고가 될 만하다고 느끼곤 합니다.
최근 그와 간담회 자리가 있었는데, 한 기자가 “올해 엘피지에이(LPGA)에서 룰을 위반한 것이 몇 번이냐”고 물었다가, 한바탕 곤욕을 치렀습니다. “저 규칙 위반한 적 없는데요. 실수를 해서 벌타를 먹었으면 먹었지, 룰 위반 그런 것 안 합니다.” 웃으면서 해도 될 말을 이렇게 정색하며 되받아치자, 그 기자는 쥐구멍이라도 찾아야 할 처지가 되고 만 것입니다.
이 자리에서는 여러 질문이 나왔는데, 신지애의 답은 짧지만 참 시원했습니다. 우선 아마골퍼들이 프로골퍼들에게 가장 궁금해 하는 것. “어느 샷이 가장 중요할까?” 신지애는 거침없이 “1번 홀 드라이버샷”이라고 하더군요. “그날 기분이잖아요 ….” 그는 이어 “모든 샷 중 드라이버샷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퍼팅이 아닐까 했는데, 예상이 완전 빗나가더군요. 드라이버샷이 빗나가면 그린 위에 공을 올리는 것은 물론 퍼팅까지 힘들어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습니다. 신지애는 또 “골프는 90%가 기술능력이고 10%가 멘탈인데, 멘탈이 안 되면 안 된다”고도 했습니다.
이렇게 성공시대를 열기까지 “재능과 노력이 몇 %씩을 차지하느냐”고 물었더니, “재능은 없는 것 같다”며 철저한 노력파임을 새삼 강조했습니요. 아버지 신제섭씨도 이렇게 귀띔하더군요. “중학교 때 처음 골프를 시켰는데, 퍼팅 방향도 못 잡고 하여간 소질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래서 그린 주변에 공 400여개를 깔아놓고 하루 수천 개의 칩샷 연습을 시켰죠. 그렇게 한 달을 시키니까 되더라고요.” 신지애는 “한국에서는 하루 보통 10시간 가량 훈련했는데, 미국에서는 고작 4시간밖에 할 수 없었다”며 줄어든 연습량을 무척 아쉬워했습니다. 지난 3일 호주 골드코스트로 전지훈련을 떠난 신지애의 새해 목표는 “미국에서 1위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로레나 오초아에게 불과 1점 차로 ‘올해의 선수’를 내줬기 때문이죠. 신지애는 6주 동안의 호주 전훈에서 호주인 코치 지도 아래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드라이버샷 비거리를 10야드 늘리겠다는 목표도 세웠습니다. 자신의 최대 적은 ‘거만함’이라고 밝힌 신지애. 그가 올해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기쁘게 해줄까요.
김경무 선임기자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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