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무 기자가 12일 평창 바이애슬론 경기장을 미끄러져 내려오고 있다. 내리막 주로에서 넘어졌다가는 등에 멘 총 때문에 자칫 큰 사고를 당할 우려가 있어 중심을 낮춰 조심스럽게 내려가야 한다. 대한바이애슬론연맹 이영한씨 촬영
[나도 해볼까] 바이애슬론
‘스키 타면서 총도 쏜다!’ 상당한 묘미와 재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잘될까?’ 걱정부터 앞섰다. 높은 곳에서 아래로 질주하며 속도감을 만끽하는 알파인스키도 아니고, 평지에서 시작해 오르막 내리막을 오가며 짧게는 6㎞에서 길게는 20㎞까지 힘겨운 레이스를 펼쳐야 하는 노르딕스키인데 …. 게다가 총을 등에 메야 하고, 일정 거리 주행 뒤에는 사격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11일 아침 6시 일어나, 알파인스키 타본 경험만 믿고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강원도 평창으로 향했다. “그냥 오면 된다”는 대한바이애슬론연맹 관계자의 말에 다소 안도하면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를 만들어 겨울올림픽 유치 3수에 나선 강원도는 평창군 대관령면 알펜시아에 그럴듯한 바이애슬론 전용경기장을 만들어놓았다. 평지서 중심잡기 힘들어
심박수 최대일 때 사격
심폐기능 강화 전신운동 ■ 정+동 “바이(Bi)는 두 가지, 애슬론(athlon)은 경기라는 뜻 아닙니까. 가장 큰 특징은 동적인 것과 정적인 것이 한데 어우러진 스포츠라는 겁니다. 가장 힘든 스키 주행을 한 뒤 가장 정적인 사격을 해야 하는 것이죠. 맥박이 1분에 200회까지 최고조로 이른 상태에서 5발 사격을 해 적중시켜야 하니 얼마나 힘들겠어요. 그게 바이애슬론의 매력입니다.” 표적을 맞히지 못하면 한 발당 150m 벌칙주로를 달려야 하는 것도 승부의 주요 변수. 이근로 대한바이애슬론연맹 경기이사의 설명을 듣고 일단 평지 스키에 도전했다. 알파인스키와 달리, 신발이 간편하고 가벼우며, 스키날 폭도 좁고 가벼워 부담이 덜했다. 발뒤꿈치를 스키에 고정시키지 않는 것도 달랐다. 그러나 역시 중심 잡기가 힘들었다. 스키 양날을 브이(V) 자 형태로 벌려 스피드스케이팅 하듯 눈을 지쳐야 하는데, 스키날이 길어 한 발로 중심을 잡기가 참 힘들었다. 결국 몇 번 시도하다가 눈밭에 ‘꽈당’ 넘어졌다. 넘어질 듯 말 듯 그러기를 여러 차례. 팔에는 잔뜩 힘이 들어가 고통은 배가됐고, 발목도 아파왔다. 다음은 오르막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평지 트랙을 돈 뒤 처음 맞부닥친 6도 남짓 경사의 언덕 오르기도 지옥 같은 레이스였다. V자 형태로 스키날을 유지하면서 슬금슬금 언덕을 올라야 하는데 너무 힘이 들었다. 가볍게 올라가는 초등학교 선수들이 무척 부러웠다. 그러기를 여러 번. 뉘엿뉘엿 해는 지고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첫날 도전은 그렇게 실패로 끝났다.
그리고 다음날 2.0㎞ 오르막·내리막으로 이뤄진 훈련코스에 도전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부상 우려 때문에 이땐 총을 메지도 못했다. 그러나 마치 엄청난 굴곡을 헤쳐 나가야 하는 한 편의 인생 드라마 같은 게 바이애슬론이라는 것을 실감했고, 흠뻑 땀을 쏟아낸 뒤 그 성취감은 대단했다. ■ 최고의 전신운동 한국에서는 아직 알파인스키가 대세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크로스컨트리와 바이애슬론 등 노르딕스키가 최고 인기 생활스포츠란다. “알파인스키야 운동이라기보다 즐기는 쪽이죠. 온종일 타도 크게 운동이 안 되죠. 그러나 노르딕스키는 1시간만 타면 됩니다. 전신운동도 되고 심폐기능도 매우 좋아집니다. 살도 쫙 빠지고요.” 김영식 대한바이애슬론연맹 심판이사의 설명이다. 국내에서 바이애슬론을 즐기기란 쉽지 않다. 알펜시아 외에 다른 곳에는 경기장이 없기 때문이다. 엘리트선수도 초·중·고·대학·일반 다 합쳐도 200명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에는 2명이 출전권을 얻는 성과를 올렸다. 주말에는 선수들이 알펜시아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인들도 즐길 수 있다. 스키가 여의치 않으면, 산악자전거(MTB)나 인라인스케이트와 결합해 계절에 관계없이 바이애슬론을 즐길 수 있다. 사격 대신 양궁을 스키와 결합한 바이애슬론 국제경기도 있다. 달리기와 사격을 묶은 경기도 있다. 평창/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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