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무 선임기자
김경무 선임기자의 스포츠오디세이 / “올해 K리그 경기일정 개판입니다. 2월27일 개막하는데 계산상 5~6번 수요일 경기를 하지 않으면, 전체 경기일정 소화하기도 힘들어요.” 13일 한국프로축구연맹 새해 기자간담회에서 이준하 사무총장은 이렇게 볼멘소리를 하더군요. 한 달 동안의 남아공월드컵 본선 일정에다 축구협회(FA)컵, 리그컵,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각종 A매치 등 일정을 피해 시즌 대진표를 짜야 하는데, 숨이 막힐 지경이라는 겁니다. 월드컵이 있는 해면, 으레 대표팀 선수 차출이다 해서 프로축구가 희생되는 경향이 있었는데 올해도 예외는 아닌 모양입니다. 이 총장은 “K리그 위기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지난 7일 ‘K리그 활성화를 위한 구단 이사 및 감독 간담회’에서 자신이 제안한 ‘K리그 5MM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도 해주더군요. 5MM란 ‘5 Minutes More’(5분 더)를 뜻하는 것으로, 실제 경기 플레잉타임을 5분 더 늘려 경기의 질을 높이고, 팬과 미디어를 5분 더 만나 K리그를 살려보겠다는 그런 내용입니다. K리그 활성화가 안 되는 이유에 대한 연맹의 인식은 이렇더군요. “잦은 반칙으로 경기가 느리고 자주 끊긴다. 지루하고 거칠다. 팬과의 소통이 부족하다.” 그러나 이런 연맹 차원의 대책은, 승리 지상주의에 빠져 있는 구단과 감독들의 협조가 없으면 결국 공허한 외침으로 끝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어디까지나 경기 내적인 대책에 불과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지난 시즌 관중 600만명에 육박하며 대성공시대를 연 프로야구에 대패를 당한 K리그가 새로운 도약기를 맞기 위해서는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시급한 문제가 더 많다는 지적이 높습니다. 무엇보다 15개 구단 단장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의 체질개선이 시급합니다. 구단 이기주의에 빠져 프로축구 발전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외이사 자리를 늘려 외부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지만, 이 총장은 당분간 현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하더군요. 방송사와의 시즌 중계권 협상도 곧 시작된다고 합니다. 프로축구 인기 저하로 연맹이 열세적 위치에 있는 게 사실이어서, 이번 시즌 K리그를 안방에서 제대로 볼 수 있을지도 불투명합니다. 지난 시즌 구하지 못한 타이틀스폰서 문제도 발등의 불이고요. 경기 내용의 질을 높이기 위한 연맹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아쉬움이 더한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김경무 선임기자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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