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월드마스터스 유도대회
왕기춘(22·용인대)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멍한 표정으로 한동안 매트를 떠나지 못했다. 정훈 남자대표팀 감독과 김정행 대한유도회장 등 유도 관계자들도 모두 할 말을 잊었다.
16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수원 월드마스터스 2010’ 남자 73㎏급 8강전. 세계랭킹 1위 왕기춘은 동갑내기 아와노 야스히로(세계 13위)를 맞아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이었다. 16강전(1회전)에서 프랑스의 모하메드 리아드(17위)를 업어치기 한판으로 물리쳐 연승 숫자도 ‘53’으로 늘렸다. 왕기춘은 53연승을 하는 동안 야스히로와 세 번 만나 모두 한판으로 이겼다.
예상대로 먼저 지도를 따냈다. 그런데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 왕기춘이 발로 안뒤축 감아치기를 시도하다가 기술이 걸리지 않으면서 중심을 잃었다. 순간 아와노의 밭다리걸기에 왕기춘은 매트에 그대로 넘어졌다. 심판은 한판을 선언했다. 정훈 감독은 “한판이 아니라 절반을 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며 못내 아쉬워했다. 한 유도 관계자는 “축구에서 공을 뒤로 찼는데 골이 들어간 격”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 체급에서는 세계 4위 방귀만(27·국군체육부대)이 결승에서 프랑스의 질 본옴(8위)을 허벅다리비껴되치기 한판으로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방귀만은 준결승에서 왕기춘의 연승 행진을 저지한 아와노를 지도 3개(절반)로 물리쳤다. 2년 전 66㎏에서 73㎏급으로 한 체급 올린 방귀만은 왕기춘과 이원희(한국마사회)에 밀려 늘 2인자에 머무른 한을 풀었다. 방귀만은 “그동안 2등만 하면서 속이 상했는데 이번 금메달을 계기로 앞으론 계속 우승하겠다”고 했다.
대회 첫날 7체급에서 한국은 금·은·동메달을 하나씩 따내며 일본(금4·은3·동6)에 이어 종합 2위를 달렸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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