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훈 기자의 슬램덩크
김동훈 기자의 슬램덩크 / 미국의 농구 명문 듀크대 마이크 시젭스키(61) 감독의 별명은 ‘코치 케이(K·시젭스키의 폴란드어 머리글자)’다. 그만큼 선수들을 잘 지도한다는 뜻이다. 그는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미국 남자농구의 금메달 숙원을 풀었다. 김남기(50) 대구 오리온스 감독의 별명은 ‘닥터 케이(K)’다. 그는 2008년 7월 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최종예선에 나가 세계 강호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며 선전했다. 그러자 국제농구연맹(FIBA) 누리집은 그에게 이런 별명을 붙여줬다. 하지만 호사다마였을까? 그는 귀국 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아내(48)가 난소암에 걸린 것이다. 김 감독에겐 지난 한 주가 ‘지옥’ 같았다. 그는 “내 농구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라고 했다. 팀이 연패에 빠지며 경질설이 나돌았고, 그 와중에 장모상을 당했다. 아내가 외동딸이라 그가 ‘상주’였다. 몸이 온전치 않은 아내는 어머니를 여읜 상심이 컸다. 그는 아내가 스트레스 받을까봐 “농구 경기를 보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김 감독은 연세대 사령탑 시절 숱한 선수들을 스타로 키웠다. 이정석, 방성윤, 하승진, 이광재, 양희종, 김태술 등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쳐 갔다. 거친 돌을 옥으로 다듬어 농구대잔치 3연패를 달성했다. 국가대표 감독으로도 지도력을 인정받았고, 올 시즌부터 오리온스 사령탑을 맡았다. 하지만 시련의 연속이었다. 팀의 간판 김승현은 이면계약 파문과 부상으로 거의 뛰지 못했다. 그가 지도한 무명 선수들이 초반 반짝했지만 다른 팀들이 특성을 파악하고 대비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김 감독은 장례식 뒤 팀에 복귀해 다시 지휘봉을 잡았다. 팀은 9연패중이었다. 그는 선수들에게 “30연패를 해도 좋다. 기죽지 말라”며 선수들을 다독였다. 자신의 경질설에 대해선 “흔들리지 말라. 어떤 일이 있어도 이번 시즌만큼은 마무리하겠다”며 선수들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지난 17일 마침내 9연패에서 벗어났다. 상대팀 스타 선수들 앞에서 주눅 들었던 허일영, 석명준, 정재홍, 김강선 등 무명 선수들이 펄펄 날았다. 김 감독은 경기 뒤 “앞으로도 오늘처럼 재미있게 농구하자”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그는 경기가 없던 다음날 아내와 함께 병원을 찾아 “다 나았으니 재발만 주의하라”는 말을 들었다. ‘닥터 케이’의 얼굴에 미소가 돌아오고 있다. 김동훈 기자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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