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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다른 건 다 막아도 사랑스런 당신만은 도저히 못막겠더라

등록 2010-01-19 21:36

핸드볼 남녀대표 골키퍼 이민희-박찬영
핸드볼 남녀대표 골키퍼 이민희-박찬영
[우리는 단짝] 핸드볼 남녀대표 골키퍼 이민희-박찬영




둘은 정글 같은 태릉선수촌에서 만났다. 둘 다 잘해야 본전인 ‘고독한’ 골키퍼다. 둘은 서로의 코치가 됐다. 그리고 거기서 사랑이 싹텄고, 곧 인생의 ‘단짝’이 된다. 18일 의정부실내체육관에서 그들을 만났다.

정글같은 선수촌서
‘누나-동생’ 사이가
연인이자 조언자로

■ 사랑을 충전해준 엠피(MP)3 충전기 2001년 3월 일본 도쿄에서 동아시아대회가 열렸다. 남녀 핸드볼 대표팀은 같은 숙소를 썼다. 박찬영(27·두산)은 한국체대에 막 입학한 막내였다. 이민희(30·용인시청)는 실업 4년차로 박찬영보다 3년 선배였다. 박찬영은 형들의 심부름으로 엠피(MP)3 충전기를 빌리러 다녔다. 마침 이민희한테 충전기가 있었다. 몇 마디를 주고받았다. 둘이 기억하는 첫 대화다. 방 전화로 몇 차례 통화도 했다. 그런데 남자팀 선수들이 쓰던 이민희의 충전기가 사라졌다. 그걸 박찬영이 찾아줬다. 귀국 전날 이민희는 박찬영에게 초콜릿을 선물했다. 따로 준비한 초콜릿도 아니고 룸서비스로 나온 간식이었다. “단지 고마움의 표시였을 뿐이었어요.”(이민희) “내게 특별한 감정이 있다고 생각했지요.”(박찬영)

귀국 뒤 전자우편을 주고받았다. 이민희는 당시 사귀던 여자와 헤어진 박찬영에게 “좋은 여자 만날 테니 힘들어하지 말라”고 조언도 했다. 그 ‘좋은 여자’가 자신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어느새 호칭도 바뀌었다. 이민희는 “찬영아!”에서 “자기야!”로, 박찬영은 “누나!”에서 “민아!”로. 2002년 5월, 대표팀 골키퍼 선배 강일구(34·인천도시개발공사)와 오영란(37·벽산건설)이 결혼했다. 이즈음 핸드볼계에선 박찬영과 이민희가 사귄다는 게 알려졌다. 같은 골키퍼 커플에 여자가 3살 많은 점까지 같아 화제가 됐다.

오영란-강일구 ‘닮은꼴’
연상연하 국가대표 커플
9년 열애끝 다음달 결혼

■ 태릉선수촌에서 싹튼 사랑 이민희는 실업 2년차(당시 제일화재)이던 1999년 11월, 대표팀에 처음 발탁됐다. 박찬영은 고3(부산 동아고)이던 2000년 12월,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후 1년이면 서너달은 태릉선수촌에서 살았다. 둘은 서로의 코치였다. 자신들의 장단점과 상대 슈터의 습관까지 세밀하게 주고받았다. 박찬영은 “조언을 해주다가 토라져서 싸우기도 많이 했다”며 웃었다.

이민희는 박찬영의 조언대로 골문에 붙어서 막던 습관을 고쳤다. 박찬영은 “민희가 이제는 공격적으로 나가서 방어하다 보니 노마크 위기도 곧잘 막는다”며 대견해했다. 이민희는 “찬영이는 기교보다 힘을 앞세운 슈터의 슛을 잘 막는다. 그래서 국제경기에서 유럽 선수들에게 강하다”고 칭찬했다. 둘은 “우리 둘 다 골키퍼인 게 너무 다행”이라고 입을 모았다.

순발력이 좋고 감각이 뛰어난 이민희는 어느덧 대표팀 주전 골키퍼가 됐다. 2년 전에는 대한핸드볼협회 추천으로 에스케이(SK) 공익광고 모델로 텔레비전 전파도 탔다. 박찬영은 지난해 핸드볼큰잔치에서 역대 최고인 47%의 방어율을 기록할 만큼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 골키퍼 단짝에서 인생의 단짝으로 골키퍼는 시속 80~110㎞에 이르는 상대 슛을 온몸으로 막아내야 한다. 부상도 잦다. 박찬영은 이민희가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민희 얼굴에 공 던지는 선수 있으면 내가 가만두지 않겠다”고 했다. “나는 눈이 높다”며 그 흔한 연애 한 번 안 하던 이민희는 이런 박찬영의 우직함에 ‘함락’됐다. 그는 “항상 내 편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했다. 결혼(2월28일)을 앞둔 요즘엔 문자로 박찬영은 “새색시야!”라고 부르고, 이민희는 “여봉!”하며 애교를 떤다.

결혼해도 변하는 것은 없다. 둘 다 태릉선수촌이나 팀 숙소, 그리고 신혼집(경기도 양주시)을 왔다 갔다 해야 한다. 이들의 꿈은 여느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국외 진출이다. 하지만 조급해하진 않는다. “열심히 뛰다 보면 언젠간 기회가 오겠죠.” 둘은 오는 11월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 동반 금메달을 꿈꾸고 있다. 그리고 내친김에 2012년 런던 하늘에 태극기를 올릴 희망에 차 있다.

글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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