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은주(27·안산 신한은행)
장염에도 맹활약 팀승리 견인
여자농구 신한은행 17연승 행진
여자농구 신한은행 17연승 행진
경기도 안산 숙소에서 경북 김천까지 구단 버스 안에서 보낸 3시간은 지옥 같았다. 하은주(27·안산 신한은행·사진)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고통을 호소했다. 김천에 도착하자마자 병원 응급실로 직행했다. 저녁식사가 탈이 나 장염에다가 위염까지 겹쳤다. 하필 다음날인 23일은 여자프로농구 최고의 맞수 용인 삼성생명과의 경기였다. 하은주는 경기 당일 아침 다시 병원을 찾아 링거를 맞았다. 23일 저녁, 경북 김천실내체육관은 라이벌전을 보려는 관중들로 열기가 가득 찼다. 신한은행은 전반에 29-31로 끌려갔다. 2점슛 성공률은 39%에 그쳤다. 임달식 신한은행 감독이 경기 뒤 “신한은행답지 않은 최악의 경기였다”고 말할 정도였다. 2쿼터가 진행될 때 임 감독이 하은주에게 “뛸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하은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프타임 때 하은주는 라커룸에 가지 않고 코트에 혼자 남아 열심히 몸을 풀었다. 그리고 마침내 후반 시작과 함께 2m3의 ‘거탑’ 하은주가 등장했다. 그는 3쿼터 6분47초만 뛰고도 11점·6튄공잡기로 활약했다. 스코어도 48-42로 뒤집었다. 하은주는 이날 15분12초 동안 출전해 16득점 8튄공잡기로 펄펄 날았다. 자유투는 10개를 던져 모두 성공시켰다. 이호근 삼성생명 감독은 경기 뒤 “우리 센터들이 최선을 다해 하은주를 막았지만 도리가 없었다. 자유투까지 다 넣으니…”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결국 신한은행은 삼성생명을 65-58로 꺾고 17연승을 이어갔다. 또 13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매직넘버를 ‘7’로 줄였다. 하은주는 경기 뒤 “어제는 아파서 죽는 줄 알았다. 몸이 좋지 않아 경기에 더 집중했는데 뜻밖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기뻐했다. 그는 이어 “올해는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아경기대회에 출전해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들과 기량을 겨뤄보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김천/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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