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슈퍼매치 시리즈는 국내 스포츠 이벤트에 새바람을 불러왔다. 지난해 12월 열렸던 ‘현대카드 슈퍼매치Ⅸ-스노보드 씨티점프’의 한 장면. 현대카드 제공
스노보드·아이스쇼·체조갈라쇼…
슈퍼매치 등 유료 이벤트 ‘대박’
비주류스포츠 상업 마케팅 주효
슈퍼매치 등 유료 이벤트 ‘대박’
비주류스포츠 상업 마케팅 주효
2010 스포츠 트렌드 ③ 이벤트의 진화 2009년 12월. 스노보더가 서울의 밤하늘을 채웠다. 스키장에서나 볼 수 있던 장면들이 광화문 한복판에서 펼쳐지자 오고가던 차들은 속도를 늦췄고, 사람들은 걸음을 멈추고 시선을 고정했다. 스노보더들의 현란한 춤사위에 녹아든 사람들 수는 얼추 16만명(현대카드 추산). 비주류 스포츠인 ‘스노보드’는 그렇게 대중 속에 파고들었다. 현대카드 슈퍼매치가 대중에게 처음 선을 보인 것은 2005년 9월이었다. ‘러시안 뷰티’로 불리며 국내에서 꽤 인지도가 높았던 테니스 스타 마리야 샤라포바(러시아)와 비너스 윌리엄스(미국)의 친선매치가 그 첫걸음이었다.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펼쳐진 이 행사를 보기 위해 1만3249명의 팬들이 몰려들었다. 대부분 비싼 입장료를 낸 유효관중이었다. 이후 슈퍼매치 시리즈는 지난해 12월 광화문광장에서 펼쳐진 ‘현대카드 슈퍼매치Ⅸ-스노보드 씨티점프’까지 모두 7차례 펼쳐졌고, 올해도 대중을 찾아갈 예정이다. 슈퍼매치 시리즈의 탄생은 단발성에 그쳤던 스포츠 이벤트를 브랜드화시켰다는 의미를 지닌다. 종전까지 스포츠 이벤트는 골프 대회를 후원하거나, 국외 유명 축구·야구·농구 클럽이나 스타급 선수들을 초청한 친선경기 또는 일일 수업을 하는 식의 단발성으로 진행됐다. 또 대부분 기업 이익의 사회환원 개념으로 무료행사로 열렸다. 하지만 현대카드 슈퍼매치는 테니스, 피겨, 스노보드 등 고급적인 비주류 스포츠를 이벤트화하면서 광고 효과와 더불어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해냈다. 슈퍼매치를 대행하고 있는 세마스포츠의 이성환 대표는 “2006년 로저 페더러와 라파엘 나달의 테니스 친선매치가 추진됐을 때 주위 사람들 모두 망한다고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페더러와 나달은 일부 테니스팬들만 알았지 일반 대중들은 잘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객석점유율이 98%에 이르렀고 공짜관중도 거의 없었다. 주최사인 현대카드와 연계된 다양한 텔레비전 광고와 공격적인 마케팅이 성공을 거둔 사례였다”고 밝혔다. 이어 “슈퍼매치가 단시간 안에 브랜드화할 수 있었던 것은 일상적인 것이 아닌 변화에 초점을 맞춘 현대카드 쪽의 의지가 컸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카드가 슈퍼매치 시리즈마다 후원하는 금액은 대략 10억원 안팎. 현대카드 홍보 관계자는 “슈퍼매치는 창의와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졌다. 슈퍼매치 단독 후원으로 신규회원 유입, 티켓 판매 매출을 빼고도 투자 대비 최소 10배의 홍보효과를 누리고 있다. 페더러-나달의 경우는, 공중파 생중계 등 미디어 노출로 최소 200억원의 광고효과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여름을 달궜던 ‘현대카드 슈퍼매치 Ⅷ-슈퍼클래스 온 아이스’의 한 장면. 현대카드 제공
슈퍼매치에서 파생돼 국내에 정착한 대표적 스포츠 이벤트는 아이스쇼다. 김연아가 국제적인 선수로 인정받기 전인 2006년 9월 국내 최초의 피겨 갈라쇼가 ‘슈퍼스타즈 온 아이스’라는 타이틀을 걸고 대중에게 선보였다. 이 행사에는 김연아를 비롯해 예브게니 플류셴코, 이리나 슬루츠카야 등이 출연했다. ‘슈퍼스타즈 온 아이스’는 지난해까지 두 차례 더 열렸다. 김연아가 소속된 아이비(IB)스포츠도 2008년부터 독자적으로 아이스쇼를 열고 있다. 지난해 4월 사흘 동안 열린 ‘페스타 온 아이스’는 회당 7000석의 좌석이 발매 35분 만에 매진되기도 했다. 아이비스포츠는 올해 4월 또다른 아이스쇼를 준비중이다. 아이비스포츠 구동회 부사장은 “아이스쇼는 매년 개최할 계획이다. 독자적인 토종 아이스쇼를 국내에 정착시키는 데 성공하며 수익면에서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현대캐피탈이 주최한 세계 체조 갈라쇼 등에도 사람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김용준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 고급스포츠에 지불 여력을 가진 사람들이 1만명이었다면, 지금은 100만명으로 늘었다.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 국제화 욕구 등으로 이들은 고품격 스포츠를 구매한다. 기업이나 지자체에서 이러한 욕구에 맞춰 마케팅을 하면서 앞으로 이런 이벤트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고급 프로그램을 할 때 사회적 소외자들을 배려하거나 도네이션을 한다든가 하는 성숙한 형태의 마인드는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구동회 부사장은 “스포츠 이벤트 시장이 최근 성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 마케팅 시장이 그리 크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더욱 차별화된 스포츠 이벤트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