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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불운이 질투해도 나의 계절은 빛나리

등록 2010-01-28 22:02

김계령(31·춘천 우리은행)
김계령(31·춘천 우리은행)
[36.5℃ 데이트] 2년 연속 득점왕 노리는 여자농구 김계령




김계령(31·춘천 우리은행)은 유난히 ‘상복’이 없다. 그는 정선민(36·안산 신한은행)에 이어 두번째로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에 진출했던 최고 스타다. 하지만 여태껏 받은 상이라곤 지난 시즌 득점상이 전부다. 팀 성적이 괜찮으면 선배들 그늘에 가렸고, 개인 성적을 내면 팀이 바닥을 헤맸다. 이번 시즌에도 그는 경기당 평균 21.54점으로 득점 1위를 질주중이다. 총득점 603점으로, 600점을 넘긴 유일한 선수다. 지난 24일에는 생애 첫 트리플더블까지 세웠다. 지난 27일 서울 장위동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김계령을 만났다.

대표팀 선발 ‘불이익’ 경험
트리플더블 하고도 13연패
득점 1위 달리지만 우울
‘내일은 행운’ 오늘도 구슬땀

■ 김계령과 김진도 김진도(59·부천대 생활체육과 교수)씨는 그의 아버지다. ‘농구 유전자’는 아버지에게 물려받았다. 아버지는 광신상고와 건국대에서 농구를 했다. 김계령은 7살 때부터 3년 동안 외가가 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살았다. 방학 때 잠시 한국에 왔다가 아버지와 우연히 숭의초등학교 코치를 만났다. 그 코치는 김계령의 큰 키를 눈여겨봤다. 그는 아버지에게 “농구 좀 시켜보라”고 권했다. 어린 김계령도 ‘공놀이’를 좋아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숭의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농구 유니폼을 입었다. 숭의여중·고를 거치며 박찬숙-정은순-정선민을 잇는 대형 센터로 자랐다. 이미 고3 때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런데 2000년 시드올림픽에 나가지 못했다. 대표팀 3차 소집까지 훈련만 하다가 최종 선발 때 소속팀(당시 삼성생명) 선배가 5명이나 뽑히는 바람에 그가 희생됐다. 그의 첫 불운이었다.

■ 김계령과 백옥자 김계령은 ‘백옥자의 딸’로 유명하다. 어머니는 1970년과 74년 아시아경기대회 육상 투포환 2연패의 주인공이다. 아시아경기대회에서 한국 여자 선수 첫 금메달이자 한국 육상 첫 금메달이다. ‘아시아의 마녀’라는 애칭으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던 어머니는 정작 딸이 농구 하는 것을 강력히 반대했다. 김계령은 “어머니는 내가 어릴 적엔 발레도 시켰고, 패션디자이너로 예쁘게 키우고 싶어 하셨다”고 했다. 지금 어머니의 직업은 자칭 ‘김계령 매니저’다. 경기장인건, 태릉선수촌이건 딸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간다.

김계령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이 끝난 뒤 삼성생명에서 우리은행으로 이적했다. “스타들 틈바구니에 있으면 나태해질까봐” ‘매니저’와 함께 내린 결정이다. 그는 “삼성생명 시절엔 우승보다 준우승 다섯 번 한 기억이 더 많이 난다”고 했다. 준우승의 기억. 그의 두번째 불운이었다.


김계령 프로필
김계령 프로필
■ 김계령과 정태균 경기에 진 뒤 돌아서는 정태균(51) 감독의 쓸쓸한 뒷모습을 보았다.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그는 “감독님이 얼마나 힘드실까 생각하면 울컥한다”고 했다. 정 감독은 자신을 삼성생명에 스카우트한 은사다. 삼성생명에서 세 번이나 우승컵을 같이 들어올렸다. 그리고 지난해 3월, 우리은행 사령탑으로 부임한 정 감독과 10년 만에 재회했다. 김계령은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감독님은 ‘후배들에게 더 많이 베풀어라’, ‘현장 경험이 나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씀해주신다”며 고마워했다.

요즘 김계령은 몹시 힘겹다. 상대는 자신에게 겹수비를 쌓는다. “나도 공짜슛 좀 넣어봤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한다. 팀은 13연패에 빠졌다. 주장이자 맏언니로서 짊어진 짐이 너무 무겁다. 그는 “원래 활달한 성격인데 마음까지 지치다보니 우울 증세까지 왔다”고 했다. 생애 첫 트리플더블을 하던 날엔 하필 4.6초를 남기고 역전패했다. 그의 세번째 불운이었다.


지긋지긋한 불운. 하지만 그는 아픈 만큼 성숙해지고 있다. 정태균 감독은 “계령이의 시야가 더 좋아졌다”고 칭찬했다. ‘계령’이란 이름이 참 예쁘다고 했다. 한자로 계절 계, 빛날 령이라며 기자의 취재수첩에 적어준다. 불운이 행운으로 바뀌는 ‘빛나는 계절’을 일구기 위해 그는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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