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간 단 1명…‘클레이 달인’ 나달 부진, 가능성 높아져
16개의 메이저대회 트로피. 역사상 어느 남자 테니스 선수도 도달하지 못했던 고지다. 그래도 아쉬움은 있다. 그랜드슬램(1년 동안 4개 메이저대회를 모두 우승하는 것)은 아직 맛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로저 페더러(29·스위스·세계 1위)가 그랜드슬램에 도전한다. 하드코트(호주오픈, 유에스오픈), 잔디코트(윔블던), 클레이코트(프랑스오픈)를 아우르는 진정한 ‘테니스 황제’를 꿈꾸는 것이다. 프로 선수들의 경기 출전이 가능해진 1968년 이후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남자는 1969년 로드 레이버(호주)가 유일하다. 통산 14차례 메이저대회 우승 경력을 갖고 있는 피트 샘프러스(미국)는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하지 못해 커리어 그랜드슬램(연도에 관계없이 4개 메이저대회 모두 우승하는 것)조차 이루지 못했다.
페더러는 그랜드슬램의 첫 관문인 호주오픈에서 다른 선수들과의 실력 차이를 확인하면서 무난히 우승했다. 다음 차례는 프랑스오픈(5월)이다. 프랑스오픈은 ‘클레이코트의 황제’ 라파엘 나달(24·스페인·4위) 때문에 번번이 우승이 좌절됐던 대회다. 2004·2006·2007년에도 3개 대회 트로피를 따냈지만 나달의 벽에 막혀 그랜드슬램 달성에는 실패했다. 그나마 지난해 처음 우승해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이뤘다.
올해도 프랑스오픈 우승 전망은 밝은 편이다. 강력한 대항마인 나달이 무릎 부상으로 2월 한달 동안 투어대회를 쉴 계획으로 있는 등 지난해 후반기부터 제 컨디션이 아니기 때문이다. 2009 유에스오픈 결승에서 만났던 후안 마틴 델 포트로(22·아르헨티나·5위)나 앤디 머리(23·영국·3위)는 메이저대회 경험이 부족해 아직은 그의 경쟁 상대가 되지 않는다. 프랑스오픈만 잘 넘긴다면 각각 6차례와 5차례 우승했던 윔블던과 유에스오픈만 남아 그의 그랜드슬램 가능성은 커진다.
한편 페더러는 1일 발표된 세계순위에서 굳건히 1위를 지켰다. 나달은 2005년 6월 이후 최저 순위인 4위로 미끄러졌고,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가 처음 2위로 올라섰다. 여자는 2년 연속 호주오픈에서 우승한 서리나 윌리엄스(미국)가 1위를 고수했다. ‘황색돌풍’의 주인공 리나와 정제(이상 중국)는 각각 10위(종전 17위)와 20위(종전 35위)로 순위가 뛰었다. 중국 여자 선수가 톱 10에 든 것은 리나가 처음이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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