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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루서 멈춘 거인의 발, 끝내 천상으로 향하다

등록 2010-02-07 20:46수정 2010-02-07 22:09

그라운드에서 쓰러져 식물인간 판정을 받고 9년 넘게 투병해 온 프로야구 전 롯데 자이언츠 선수 임수혁이 7일 세상을 떠났다. 연합뉴스
그라운드에서 쓰러져 식물인간 판정을 받고 9년 넘게 투병해 온 프로야구 전 롯데 자이언츠 선수 임수혁이 7일 세상을 떠났다. 연합뉴스
전 롯데 자이언츠 선수 임수혁, 10년 투병 끝 사망
한창 전성기 때 ‘뇌사’… ‘심폐소생술 빨랐더라면’




2000년 4월1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엘지 트윈스 경기 2회초. 후속타자 땅볼 때 1루에서 2루로 뛴 뒤 숨을 고르던 임수혁(롯데)이 갑자기 쓰러졌다. 그는 두 발을 심하게 떨 뿐 움직임이 거의 없었다. 더그아웃에서 트레이너가 달려 나왔고, 들것에 실린 임수혁은 그라운드를 떠났다. 1년, 3년, 5년…. 담당 의사는 “길어야 5년을 산다”고 했지만 그는 버텨냈다. 그러나 끝내 그라운드로 돌아오지 못한 ‘거인’이 되고 말았다.

10년 가까이 투병생활을 이어오던 임수혁이 7일 하늘 위 그라운드로 갔다. 향년 41. 서울 강동구 명일동의 한 한방병원에서 요양하던 임수혁은 이틀 전 감기 증세로 강동 성심병원으로 옮겨졌고, 이날 오전 심장마비가 오면서 의식을 찾지 못해 그대로 숨을 거뒀다. 사인은 급성 심장마비에 허혈성 뇌손상 합병증인 것으로 알려졌다. 빈소는 강동구 상일동 경희대학교 동서신의학병원에 마련됐다. 발인은 9일 오전. 유족으로는 아내 김영주(40)씨와 아들 세현(16)군, 여진(14)양이 있다.

임수혁은 서울고·고려대를 거쳐 1994년 롯데 입단 뒤 공격형 포수로 이름을 드높였다. 특히 99년 삼성 라이온스와의 플레이오프 7차전에서는 3-5로 패색이 짙던 9회초 동점 2점 홈런을 터뜨리면서 롯데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디딤돌을 놨다. 하지만 한창 물오른 시기였던 2000년, 지병인 심장 부정맥에 의한 발작 증세로 그라운드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지며 기약 없는 투병생활을 해왔다. 프로 7시즌 통산 성적은 488경기 출장, 타율 0.266, 47홈런, 257타점.

그라운드에서 쓰러진 임수혁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심폐소생술이 늦어져 식물인간 판정을 받았다. 2000년 당시 잠실구장에는 응급 심폐소생술을 할 만한 의료진이 없었으며, 구급차도 경기장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초기 응급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 아래 2003년 그의 가족들은 롯데와 엘지를 상대로 서울지법 동부지원에 민사조정을 신청했고, 법원은 두 구단에 4억260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후 엘지가 불복하면서 합의금은 롯데 2억2000만원, 엘지 1억1000만원으로 조정됐다. 야구장에는 현재 의료진과 구급차가 상시대기 중이다.

해마다 일일호프를 열어 임수혁 돕기에 나섰던 롯데 선수단과 자체적으로 성금을 내온 히어로즈 선수단은 국외 전지훈련 도중 비보를 접하고 고인을 애도했다. 야구계 원로 김성근 에스케이 와이번스 감독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진 게 너무 안타깝다”며 “이를 계기로 운동장 시설과 선수 복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롯데 유니폼을 입고 프로무대에서 뛴 시간보다 병상에 누워 지낸 시간이 더 길었던 임수혁. 그는 하늘나라에서 누구의 공을 받아주며 현생에서 못다 한 꿈을 이어갈까.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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