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개월만에 1점차 승리…신한은행 36개월만에 2연패
77-76으로 천안 국민은행이 앞서던 종료 2.4초 전. 안산 신한은행 전주원이 자유투 라인에 섰다. 벤치에 앉아 있던 국민은행 선수들은 ‘제발 들어가지 말라’고 기원하며 하나같이 두손을 모았다.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전주원의 자유투 2개가 모두 들어가지 않았다. 국민은행의 승리였다. 정덕화 감독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흔들었고, 선수들은 코트로 몰려나와 눈물바다를 이뤘다.
12일 천안 KB인재개발원에서 열린 THE Bank 신한은행 2009~2010 여자프로농구. 국민은행이 최강 신한은행을 77-76으로 무너뜨리고 2006년 7월3일 이후 무려 3년7개월 만에 신한은행을 상대로 승리를 맛봤다. 국민은행은 그동안 국내 프로경기에서 특정팀 상대 최다인 25연패를 당했다. 신한은행은 2007년 3월18일 이후 2년11개월 만에 2연패를 당했다. 국민은행(14승18패)은 5위 부천 신세계와의 간격을 1경기로 벌리며 단독 4위를 지켰고, 정규리그 우승을 코앞에 뒀던 신한은행(26승6패)은 매직넘버 ‘3’을 줄이지 못했다.
국민은행은 투혼을 앞세워 설날을 앞두고 큰 선물을 따냈다. 주전 센터 정선화는 3쿼터 중반 5반칙 퇴장당했고, 대신 들어간 곽주영도 4쿼터 초반 코뼈가 주저앉는 부상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국민은행 선수들은 위기에서 더욱 똘똘 뭉쳤다. 코트에 투입된 선수 8명 모두가 득점과 튄공잡기를 기록했다. 에이스 변연하는 24점 9도움주기 8튄공잡기로 승리를 이끌었다. 그는 경기 뒤 “주원 언니의 자유투 때 동료들에게 ‘괜찮아! 리바운드 하면 돼’라고 소리쳤고, 그만큼 승리가 간절했다”며 “(승리가) 실감나지 않는다”며 감격해했다.
신한은행 하은주는 27점을 쏟아부었고, 정선민은 튄공을 무려 17개나 잡아내는 등 16득점 9도움주기로 활약했지만, 아쉬운 패배와 함께 도움주기 1개가 모자라 트리플더블에도 실패했다.
한편 정덕화 감독은 정선화의 5반칙 퇴장에 대해 심판에게 거세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임달식 신한은행 감독과 잠시 언쟁을 벌이는 소동을 빚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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