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장사 정상 등극한 ‘신성’ 임태혁(21)
1989년 1월에 태어나 올해 만 스물한살인 임태혁(경기대). 결승에서 만난 상대는 1975년생으로 만 서른다섯인 백전노장 박종일(태안군청)이었다. 하지만 박종일은 물이 오를대로 오른 임태혁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첫판을 밭다리로 가볍게 따낸 임태혁은 둘째판과 셋째판을 거푸 잡채기로 박종일을 뿌리치며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경기를 지켜보던 씨름인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생애 첫 우승에 도전했던 박종일은 실력 차를 인정하며 허탈하게 웃었다.
14일 서울 케이비에스(KBS) 88체육관에서 열린 2010 설날장사씨름대회 금강장사(90㎏ 이하) 결승. 임태혁이 숱한 강자들을 누르고 결승에 진출한 뒤 박종일을 3-0으로 꺾고 정상에 등극했다.
아무리 대학 씨름판을 평정했다고는 해도 실업 무대 첫 대회에서 우승하리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임태혁은 대학 1학년때 3관왕, 2학년과 3학년 때는 6개 모든 대회를 휩쓸었다. 6개 대회 전관왕은 대학씨름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올해 경기대 4학년이 되는 임태혁은 수원시청 소속으로 이번 설날장사씨름대회를 통해 처음 실업무대에 나섰다가 ‘혜성’이 됐다.
전날 예선을 통해 16강을 뽑은 결과 임태혁은 유일한 대학생이었다. 임태혁은 16강전에서 오광수(23·구미시청)를 꺾고 이변을 예고하더니 8강전에서 이창훈(34·기장군청)마저 2-0으로 가볍게 물리쳤다.
4강전 상대는 우승후보 김동휘(30·울산동구청). 사실상의 결승전이던 16강전에서 강력한 우승후보 이주용(27·수원시청)에게 실격승을 거두고 올라왔다.
임태혁은 평소 좋아하는 대학선배 이주용에게 패배를 안긴 김동휘를 2-1로 꺾는 이변을 일으키며 결승에 올랐다. 그리고 내친김에 결승에서 백전노장 박종일을 3-0으로 완파하고 꽃가마를 탔다. 결승까지 네 경기에서 9번 대결해 패한 것은 딱 한판에 불과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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