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볼 아시아남자선수권대회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리고 있는 제14회 아시아남자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은 참가 12개국 중 유일하게 5전 전승을 달리며 4강에 안착했다. 그러나 중동국가들은 한국팀 한골 한골에 웃거나 또는 울고 있다.
15일 밤(한국시각) 한국과 시리아의 2차 리그 마지막 경기. 이미 4강 진출을 사실상 확정지은 한국은 전반에 느슨하게 경기를 운영하다가 한때 시리아에 4골이나 뒤졌다. 한국은 전반 내내 끌려가다가 전반 막바지에 뒤집기에 성공하며 전반을 14-13, 한 골차 리드로 마쳤다. 그런데 하프타임 때 바레인 관계자들이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그들은 한국팀 관계자들에게 “도대체 지려고 그러느냐”며 화를 냈다. 한국이 시리아에 질 경우 두 팀은 2승1패가 되고, 바레인은 레바논을 큰 점수 차이로 이겨야 4강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괜한 오해를 살 수 없었던 한국은 후반 전력을 다해 결국 35-25, 10골 차로 이겼다. 그제서야 바레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12일 새벽 한국과 카타르의 조별리그 C조 마지막 경기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한국이 카타르에 29-23, 6골 차로 승리하자 아랍에미리트 관계자들이 한국에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아랍에미리트와 카타르는 한국에 나란히 지고, 두팀간 대결에선 25-25로 비겨 1무1패가 됐다. 하지만 골 득실 차에서 한국에 30-23, 7골 차로 진 아랍에미리트가 카타르 1골 뒤져 2차리그 진출이 좌절된 것이다. 더욱이 카타르는 한국인 최태섭 감독이 사령탑을 맡고 있어 아랍에리미트가 더욱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이에 대해 한국팀 한 관계자는 “우리가 남의 팀 사정까지 봐주면서 득점을 조절해야 하느냐”며 어이없어 했다.
한편, 한국은 18일 새벽 3시 일본과 준결승전을 벌인다. 이 경기에서 이기면 20일 새벽 1시 사우디아라비아-바레인 승자와 최종 결승전을 펼친다.
베이루트/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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