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아시아남자핸드볼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레바논 베이루트에는 주요 건물마다 장갑차가 주둔해 있고, 거리에는 기관총을 든 군인을 볼 수 있다.
겨울올림픽이 열기를 더해가고 있는 가운데 레바논 베이루트에서는 제14회 아시아남자핸드볼 선수권대회가 한창 열리고 있다. 한국은 참가 12개국 가운데 유일하게 5전 전승을 달리며 4강에 올라 있다.
그런데 애초 이 대회는 카자흐스탄이 유치했다가 갑자기 반납하는 바람에 레바논에서 열리게 됐다. 레바논은 내전과 전쟁이 끊이지 않는 나라다. 2006년 7월에는 레바논 시아파 조직인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 전쟁을 했고, 2008년 5월에는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가 충돌해 베이루트 국제공항이 3주간 폐쇄되기도 했다. 2005년에는 라픽 하리리 총리가 암살당했고, 폭탄 테러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지금도 레바논은 이스라엘과 대치중이어서 수도 베이루트 시내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주요 건물 앞에는 장갑차가 지키고 있고, 거리에는 기관총을 든 군인을 흔히 볼 수 있다. 전기 사정이 좋지 않아 하루 두세번은 전원이 끊겼다가 5~10분 뒤에 정상 작동된다.
하리리 총리 서거 5주기였던 지난 14일에는 베이루트 시내에서 추모 집회가 열려 긴장감이 한층 높아졌다. 특히 이날 레바논이 하리리 총리 암살의 배후로 지목된 시리아와 경기를 갖는 바람에 체육관 주변에는 돌발 상황에 대비해 무장한 군인들이 배치되기도 했다.
대회 운영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 대회 공식 홈페이지는 경기 결과만, 그것도 하루가 지나서야 게재한다. 선수들의 득점이나 도움주기 기록도 집계하지 않고 있다. 다른 나라 경기 결과를 알아보려면 대회 관계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거는 게 가장 빠르다. 고작 2000명 가량 수용할 수 있는 허름한 체육관에는 그 흔한 대진표조차 붙어 있지 않다.
핸드볼이 레바논에서 인기 스포츠도 아니다. 레바논은 1부리그 8개, 2부리그 11개 팀이 해마다 7~11월 핸드볼리그를 갖는다. 하지만 관중석은 텅텅 비어 있다. 레바논 핸드볼선수 무스타파 암마르(21)는 “레바논에서 핸드볼의 인기는 농구, 축구 다음”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레바논이 대회를 유치한 까닭은 무엇일까? 한 레바논 관계자는 “레바논이 평화롭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레바논은 지난해 11월에도 아시아주니어유도선수권대회를 개최했었다. 지난해 레바논 1부리그 우승팀 아사드 구단주인 타민 슬레이만(33)은 “이스라엘이 국제대회를 자꾸 유치하고 있어 이스라엘에 뒤지지 않으려고 대회를 유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이루트/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전쟁과 내전이 끊이지 않는 레바논 베이루트 시내 곳곳에서는 폭격을 맞아 부서진 건물을 볼 수 있다.
베이루트/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